'구고'에서 학이 울다
'구고'에서 학이 울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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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鶴)은 섭금류(涉禽類)의 대표적인 대형 조류이다. 비교적 얕은 물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하기에 적당하게 다리·목·부리가 길게 진화했다. 주로 습지에서 서식하며 겨울철에는 월동지를 찾는다. 겨울철에는 서식지에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어는 등 생태환경이 좋지 않아 먹이 활동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학의 대표적 서식지는 중국의 흑룡강, 러시아의 아무르 강 등 광활한 습지이다. 북한의 안변, 남한의 철원 등지는 두루미 즉 학의 월동지이다. 특히 철원 월동지는 먹이주기를 하고 보호에 나서는 등 관심과 실천으로 매년 월동 개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지난 8~9일, 철원 한탄리버호텔에서 ‘철원 두루미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비무장지대(DMZ) 두루미와 철원 농부의 공생 방안'이었다. 한·중·일 두루미 전문가를 비롯해 민간협회와 철원 주민협의체 관계자 등 모두 120여 명이 참석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철원군, 한국생태관광협회,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2015년부터 ‘철원 두루미 서식지 보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심포지엄에서는 두루미의 번식지, 중간기착지, 월동지 국가의 전문가들이 모여 동북아시아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국제 협력과 생태관광 자원화를 통한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철원은 인적이 끊긴 조용한 넓은 들녘이 있고, 풍부한 낙곡은 두루미의 먹이가 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통과 한탄강물에는 두루미가 부식거리로 찾는 불거지(피라미 수컷), 쉬리, 날피리, 붕어 등의 물고기가 있다.

철원은 남북한의 두루미가 넘나드는 월동지이다. 또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서 일본으로 오가는 두루미들의 중간휴식처로서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철원 주민들은 수확이 끝난 약 30만㎡ 규모의 논에 물을 가둬 두고 무논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야생 두루미의 30%에 해당하는 800여 마리가 철원평야 일대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철원은 학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성(鶴城)은 울산의 옛 이름 중 하나이며, ‘학의 고장’이라는 뜻이다. 울산이 학의 고장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울산시민 누구나 알고 있다. 학성이란 이름은 고려 성종 대에 별호(別號)로 받았다. 그 이전 신라시대에 이미 계변천신이 쌍학을 타고 신두산에 내려와 지역민의 수록(壽祿)을 주창(主唱)한 계변설화가 생성되었다고 <경상도지리지(1425)>에 전하고 있다.

울산이 학의 고장으로 불리게 된 연유는 습지에 있다. 습지의 생성 원인은 태화강, 동천강, 서천강, 내황강, 외황강, 회야강 등 중심의 강이 한 방향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은 천혜의 습지를 없애버렸다. 지역민과 공존하던 학은 쉴 곳이 없어 떠나버렸다. 그래도 현재 학성, 학산, 무학산, 회학, 비학 등 지명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울산이 두루미 복원 사업에 관심을 갖는다고 이상할 것이 없다. 학에 대한 관심을 갖는 철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19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울산학춤보존회가 마련한 ‘울산학춤 탄생 20주년 기념공연’이 있었다. 20년의 세월은 강산이 두 번 바뀐다는 세월이다.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다. 이제 울산학춤에 대한 관심이 처음과 다르게 호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의 고장 울산, 학춤 알린 20년 세월>, <울산학춤보존회 출범 20주년 기념행사 19일 마련>, <춤사위로 맞이하는 ‘울산학춤 20돌’>, <‘울산의 기품’ 학춤보존회 창립 20주년 기념공연>, <울산학춤 탄생 20주년 기념공연 열린다>, <울산학춤, 세상에 알려진 20년 세월 돌아보다> 등 언론 제목부터가 달라졌다.

울산은 쌍학의 설화, 학의 생태적 고장 학성 그리고 학의 여러 가지 행동을 춤으로 표현한 울산학춤이 있는 삼학(三鶴)의 고장이다. 이제 울산학춤에 대한 똑같은 반복적 질문보다 학문적 연구와 경험에서 우러난 생산적 질문을 던져야할 때이다.

“구고(九?)에서 학이 우니 그 소리 들판까지 멀리 들리네(鶴鳴于九? 聲聞于野)”, “학은 새 이름이니, 목은 길고 몸은 솟고 다리가 높고, 정수리가 붉고 몸은 희며, 목의 꼬리가 검고, 그 소리가 높고 청량하여 8, 9리에까지 들리니라. 고는 연못 속의 물이니 넘쳐 나와서 구덩이가 되어 밖을 따라서 수가 아홉에 이르니 깊고 멂을 비유함이라.”(小雅-?弓之什-鶴鳴) 또한 “지극한 마음 씀은 마치 학의 울음소리와 같아서 숨길 수가 없다.(誠不可掩 似鶴之聲)”. 두 가지 인용문 사례의 공통점은 학의 울음이 높은 소리로 멀리까지 들린다는 것이다. 구고학명은 넓은 습지에서 우는 학 울음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는 의미로 표현되지만, 비방과 헐뜯음을 견디며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은자(隱者)의 덕을 학의 울음소리로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로 표현하기도 한다. 울산학춤 탄생 20년을 자축한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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