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다
현대차 노조의 대승적 결단을 요구한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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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단협 연내 타결이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23일 노조원 5만890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총 4만5천8명(투표율 88.44%)이 참여해 2만2천611명(50.2 4%)이 반대해 904표 차이로 부결됐다.

이번 잠정합의는 악화된 경영환경을 감안해 노조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65세 정년연장, 해고자 복직 등 무리한 요구에서 한 발 물러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한 합의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과반 이상의 상당수 노조원들의 의식 수준은 아직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돈이 예년에 비해 부족하다는 게 부결의 주된 이유였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비교 대상은 그때그때 다르면서도 한 가지 일정한 기준이 있는데 바로 그것이 돈이다. 임단협 교섭 때마다 임금, 성과금을 많이 받는 곳을 비교 대상으로 정해놓고 그것 이상 또는 동일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 년 전에는 잘나가는 현대중공업을 비교 대상으로 삼더니 작년에는 엉뚱하게도 적자로 허덕이는 한국GM과 비교해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이 대규모 적자를 본 한국GM의 기본급 인상 금액보다 적다고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적자에도 임금, 성과금을 퍼준 한국GM의 현재 모습이 어떤지는 현대차 노조원들은 관심조차 없다. 이러니 돈 밖에 모르는 귀족노조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노조가 타 기업의 임금 수준을 기대하기 전에 자신들보다 크게 앞서는 생산성 등에 먼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따라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현대차 국내공장의 경쟁력 저하가 심각한 수준임을 지적하고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현대차 노조에 대한 쓴 소리를 던졌다. 생산성은 동종업계 최하위면서 임금 등 모든 면에서 최고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노조의 몰염치에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이번 부결로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노사협상에 허비하고, 얼마나 많은 파업을 벌여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어렵게 만들지 걱정이 앞선다. 연봉 9천만원이 넘는 귀족노조의 계속되는 돈타령과 파업 소식을 새해 벽두부터 들어야 하는 국민들의 심기도 매우 불쾌할 것이다.

노사 전문가들은 현대차 임단협이 연말까지 이어진 데 대해 회사의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조가 이를 감안하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임금성 인상의 기준이 되는 2016년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3% 감소했다. 올해도 9월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8.9% 줄어들어 실적개선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드 보복으로 무너진 중국시장 판매 회복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자동차산업 환경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한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노사 할 것 없이 미래를 위한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돈에만 매몰된 노조원들의 의식이 한심스러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노조의 지난해 수준 임금/성과금 요구를 수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관리자들도 임금 동결에 나섰는데도 노조는 고통 분담은커녕 오히려 임금을 더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리는 상황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잠정합의를 부결시키면 조금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다고 부추기는 세력들과 이에 동조하는 노조원들의 기대심리도 문제다.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폐단을 끊어내지 못하면 이런 혼란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조는 지금의 상황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내외 정치 상황은 물론이고 경제상황도 녹록치 않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노조는 자신의 실리만을 추구한다면 회사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도 무너지고 만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요구한다.

정재환 정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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