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여유가 필요한 때
아날로그의 여유가 필요한 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2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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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겸손의 시대다. 유교 사상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던 겸양이 실현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에서도 어디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수리를 드러내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걷는다. 그러다가 휘청휘청 갈지자걸음을 걷기도 하고 차에 몸을 부딪칠 뻔 하거나 심지어 서로를 향해 돌진하기도 한다.

동시에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는 와이파이존과 널리 보급된 스마트폰은 개개인의 손바닥 위로 정보의 바다를 끌어왔다. 세계 최고의 빠른 인터넷을 보유한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 손쉽게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고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이러한 시대가 열리며 화려한 자극이나 재미, 사람들과 용이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장점에 푹 심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의 중독 수준이다. 사진을 찍어 SNS 계정에 업로드하고,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이나 반응을 살피고, 자는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작은 사각 창 속의 바다를 헤엄치는 사람들. 뚫어져라 화면을 바라보고 이에 몸을 우겨넣으며 정면을 향해 연신 인사를 하는 사람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나. 사람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화를 불러 오듯이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이므로 모든 일은 적당함이 가장 바람직하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였던 용이성과 접근성이 과해지면서 이것들에 중독되어 매순간 핸드폰을 쥐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핸드폰 소유에 불안해하는 중독뿐만 아니라 SNS에 다양한 일상을 기록하고 업로드하면서 매순간 반응을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를 두려워하는 중독. SNS를 통해 얻게 된 새로운 인간관계에 과한 집착을 드러내는 중독. 그리고 앱이나 게임에 푹 빠져 생활은 제쳐두고 계속 그것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독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관심이 뜨겁다. 기존의 제조업과 ICT 기술의 융합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벗어나 초연결, 자동화, 지능화 등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람, 사물, 공간, 데이터 등 우리 주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어 정보가 생성, 수집, 공유, 활용되는 초연결 인터넷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물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능이 필요하며, 각 사물 간, 사람 간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정보의 소통과 지능적 판단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울산은 석유화학산업과 자동차산업, 그리고 조선산업이 3대 주력산업으로서 대한민국 근대화의 선봉장이 되어 왔지만 지금은 모든 주력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해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 타산업과 기술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대비책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력산업의 고도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울산 맞춤형 전략 마련, 그리고 영원한 숙제인 석유화학단지의 산업안전 대책 수립은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일이라 생각해야 한다.

시간적, 물질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는 현대사회에서 간편하고 빠르고 손쉽다는 특징은 큰 이점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솔직히 편지는 편지 나름의 낭만이 있지만 손편지보다는 문자 메시지가 훨씬 더 간편하고 빠르지 않은가. 경제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대단한 강점이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맘껏 헤엄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모래밭으로 나와 수영에 지친 몸을 말려야 한다.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모래를 밟으며 추억의 발자국을 남기는 삶이 필요한 때다. 이웃과 함께 모래성을 쌓으며 살아가는 삶이 그립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나눔과 섬김의 마음가짐이야말로 우리가 지녀야 하는 참다운 가치다.

이일우 ㈜유시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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