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黑)역사’에 갇힌 보수야권
‘흑(黑)역사’에 갇힌 보수야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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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빨간 날(?)’이다. 직장인들은 12월 20일이 빨갛게 표시된 달력을 보고 잠시나마 설레었겠지만 ‘급(急)실망’이다. 어떤 달력에는 12월 20일이 검은색으로, 다른 달력엔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다 보니 생긴 일이다.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불러온 자그마한 ‘나비효과’일 뿐이다. 달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12월 20일이라는 숫자 밑에 ‘대통령 선거일’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아쉽지만 5월 9일에 이미 쉬었으니 오늘은 쉬지 않는다. 
 
박근혜 국회탄핵 1년으로 보수야권은 ‘흑(黑)역사’란 오명과 함께 엄동설한(嚴冬雪寒)에 매몰됐다. 돌아보니 숨 가빴던 1년이 지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권 입장에선 분열된 채 1년을 지낸 셈이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반면, 보수진영은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당은 ‘적폐’ 구도에 갇혀 국민적 비(非)호감을 사고 있고, 원내교섭단체 기준(20석)이 붕괴된 바른정당은 ‘대안 보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분열의 고착화가 이어진다면 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들만의 따뜻한 봄날은 언제나 올지 의문스럽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탄핵 소추안이 인용되기에 앞서 2016년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이 가결됐다. 탄핵 자체는 헌정 사상 처음이었지만, 국회의 소추안 처리만 보면 2004년 3월 12일 가결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처리에 이어 두 번째였다. 
 
탄핵안은 예상을 뛰어넘어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탄핵안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찬성을 위해 28명의 옛 새누리당 의원들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34명이 추가 이탈한 결과였다. 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 62명은 분당 세력이 됐다. 이들은 개혁보수신당(가칭)을 거쳐 지난 1월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한때 33석까지 됐던 바른정당은 대선 과정에서 1차(13명), 지난 11월 2차(9명) 탈당 사태를 겪고 11석으로 쪼그라들어 원내교섭단체 기준이 붕괴됐다. 
 
한국당은 116석이 됐다지만 지지율은 보잘 것 없는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한국당으로선 ‘적폐’ 구도에 갇힌 결과다. 유권자의 성향 자체가 왼쪽으로 이동 중인 셈이다. 설상가상 지도자급 정치인들이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어 적폐 구도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 정부가 쌓은 적폐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회의원 36명 중 의원직을 상실했거나 잃을 위기에 처한 6명은 모두 야당이다. 야당에선 ‘여당 무죄, 야당 유죄’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지 않았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을지 합리적인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탄핵으로 생겨난 적폐 구도에 갇혀 허우적대는 보수야권에선 이대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온전히 치르기 어렵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돌고 있다. 
 
한국당은 구속기간이 연장된 박 전 대통령을 강제 출당시켰다. 하지만 내년 6월 선거전까지 탄핵 구도의 작동을 희망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꽃놀이패’를 손에서 놓을지도 의문이다. 이것이 진정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이제 판단력마저 희미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고, 겨울이 한창이면 곧 봄이 오는 법이다. 민주주의의 한 축인 보수의 몰락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있다. 보수진영의 반성과 진정성이 버무려진 ‘오뚝이 정치’를 기대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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