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끝없는 해법의 길
학교폭력, 끝없는 해법의 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3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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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해마다 12월이 되면 학교는 작은 소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갈등은 특히 학급 규모가 작은 학교나 ‘승진점수 따기’ 경쟁이 심한 학교에서 제법 심각하게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 그런 갈등은 학교폭력 예방이나 해결에 기여한 교원에게 주어지는 ‘승진가산점’을 받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학교 내 모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승진가산점 부여 대상에 선정되는 교사는 학교별로 전체 교원의 40%를 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따라서는 극과 극의 과정이 나타나기도 한다. 승진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교사가 많은 학교에서는 신청자가 부족해 업무담당자가 선생님들에게 “제발 신청서랑 보고서를 좀 제출해 달라”고 애원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는 달리 승진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는 고학년과 저학년, 담임과 전담교사, 심한 경우에는 교육경력과 해당 학교의 재직기간까지 따져 가며 승진 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교사들 사이의 협조와 공동대응이 가장 중요한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 활동이 뜻하지 않게 교사들 간의 경쟁이라는 황당한 결론으로 끝나버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폭력 문제는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같은 학년의 다른 반 친구들 사이나 선후배 사이에서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학생 생활부서만의 과제가 아니다. 해당 학생들의 담임과 전담 등 교사들 사이의 협력과 공조가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서로 경쟁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동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학교폭력 예방과 문제 해결의 기본원칙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승진가산점 제도가 나와야 할 만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에는 모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문제는 해결방법이다. 필자는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데 있어 과연 승진점수라는 당근이 적절한 해법인지,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며칠 전 대전에서 중학교 학생들에 의한 끔찍한 학교폭력 사건이 보도되면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일이 있다. 청테이프로 팔다리를 꽁꽁 묶어둔 채 무차별 폭행을 가해 피해학생에게 지울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주었다고 한다. 심지어 가해학생의 보호자 중에서는 100만원에 합의하자며 생떼를 부리는 이도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의 범주에는 이처럼 폭력집단을 방불케 하는 일부 청소년들의 그릇된 폭력은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끼리 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갈등도 포함된다. 이러한 학교폭력 문제는 모두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학교에서 해결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자녀를 향한 지나치고 삐뚤어진 부성애와 모성애는 자녀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둔갑하는 순간 두 얼굴의 학부모로 변신하기 일쑤다. 피해학생과 그 부모뿐만 아니라 학교와 담임교사에게까지 소송과 항의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에 소속되었다고 하더라도 관련 내용에 대해 연수를 받았거나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보유한 위원이라고는 스쿨폴리스와 학교폭력 업무를 맡고 있는 생활부장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에서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소송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변호사까지 생겨나는 실정이다. 학교폭력 소송 전문 변호사의 등장은 갈등 해결 방법이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좌우되는, 차등적 세상의 출현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20대 국회에서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예고된 법률안만 모두 17건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고된 법률안마다 찬성 댓글보다 반대 댓글이 더 많이 달려 있을 정도로 학교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이해하고 못한 채 발의된 법률안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해법은 제시하는 단체나 사람마다 다 달라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학교폭력 해법이 ‘백가쟁명’이 아니라, ‘중구난방’ 격이 되고 만 것이다. 누가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게 될는지, 그것이 궁금하고 안타깝다.

김용진 명덕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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