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한파주의보’
내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한파주의보’
  • 김규신 기자
  • 승인 2017.12.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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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유럽 3대시장, 금융위기로 낮은 성장률 기록 전망… 현대차, 맨아워협의에 발목
한미FTA 개정협상과 엔저·원화 강세 등 자동차산업의 대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내년에도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해외 시장 공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독일과 일본 등의 자동차업체들이 사업 재편과 신규사업 강화, 판매 효율성 제고 방안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가운데, 쉽지 않아 보이는 내년 전망에 따라 지역 주력산업의 한 축인 현대자동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내수시장에서 신형 그랜저, 소형SUV 코나 등 주력 신차의 판매 호조로 내수시장에서 선방했지만 해외에서는 최대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미국시장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영업이익률은 수년째 지속 하락해 간신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에도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망이 밝지 않아 실적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데다 해소되더라도 무너진 판매망을 단시간에 회복하기 쉽지 않아 당분간 판매 위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의 안정적 성장과 신흥국의 회복세 확대에 힘입어 3.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올해보다 좋아지겠지만 자동차 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전체 시장의 64%를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등 3대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美 보호무역 강화·비우호적 환율 등이 글로벌 리스크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적 내셔널리즘을 앞세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나서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 10월 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긴장감이 고조돼 있는 상태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유럽산 자동차에는 현재 2.5% 관세가 부가되고 있지만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FTA 협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한미FTA 덕분에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산 자동차보다 관세 2.5%만큼 이득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에서 관세가 부활하면 그만큼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율마저 국내 자동차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특히 엔저 현상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차 브랜드의 가격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환차익으로 넉넉한 실탄(여유자금)을 확보한 도요타 등 일본차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인센티브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현대차는 원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 데다 올해도 라이벌 일본차와 경쟁하기 위해 미국 등 주력시장에서 출혈 마케팅도 감수해야 할 판이다.

현대차는 내년에도 이러한 대외적 악조건 속에서 판매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일본 도요타는 지난 달 28일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매년 3월 발표되던 인사 일정이 사상 처음으로 앞당겨진 배경에는 자동차 세계 1위 기업의 절박한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업계가 100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변혁기에 들어섰다”며 “이제는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닌 사느냐 죽느냐가 결정되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이번 조기 인사의 배경을 밝혔다.

도요타는 향후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지속 추진하면서 기존사업 재편과 신규사업 강화 등을 실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요타 노조도 임단협 교섭 때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디젤 게이트 이후 악화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온라인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폭스바겐은 비용절감과 판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오프라인 딜러망을 축소하고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딜러망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Strategy 2025’를 발표하고 자율주행, 모빌리티, 전동차 등 미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해마다 반복되는 소모적인 노사협상에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임원 연봉 삭감에 과장급 이상 관리자 임금 동결을 단행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했지만 노조의 비협조로 효과는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도 인기를 이어갈 SU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SUV 코나 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와의 맨아워 협의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대해 한 노사 전문가는 “지금 시점에서 현대차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 노조 스스로가 경쟁력을 글로벌 경쟁사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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