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일기]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목회일기]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2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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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올 한 해 동안 대통령 탄핵 심판과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적 격랑을 겪어왔다.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중국의 보복으로 기업들이 고통을 겪으면서 경제적 손실도 입었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과 계속된 미사일 도발로 인한 북·미 갈등과 전쟁 위협 속에서 한 해가 저물었다.

더욱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남북 대결과 전쟁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정권을 잡은 진보정치권과 야당이 된 보수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념 갈등이 겹쳐지면서 국민들은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다. 세상은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럽지만 세월은 어김없이 흐르고 흘러 달력 한 장만을 남겨놓은 채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도 성탄절 하면 왠지 마음이 훈훈해지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아무쪼록 이번 성탄절은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 성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회에서는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라는 뜻의 ‘성탄절’이라고 부르고 교회 밖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모임(mass)의 합쳐진 말로, 그리스도의 모임 즉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모임이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 성탄절이며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며 기뻐하는 날이 성탄절이다.

성탄절의 큰 의미는 ‘낮아짐’과 ‘사랑’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성탄절은 멸망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신 그리스도께서 낮아져서 인간의 형상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신 날이다.

그 이유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인간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멸망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낮아져서 인간의 형상을 입고 인간사회로 들어오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성경의 진리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의미 있게 맞이하는 성탄절이기 때문에 성탄절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가난하여 춥고 배고플 때 한국의 교회들은 미국의 성도들이 보내준 구호물자를 받아서 춥고 베고픈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한국 교회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옛날에는 성탄절이 되면 온 동네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서 학생들이 펼치는 성극이며 노래, 무용 등의 공연을 보며 함께 웃고, 음식을 나누고, 교회가 주는 선물을 안고 돌아가는 훈훈함이 있었다. 아마도 추운 계절에 가난한 이들이 살기가 더 어렵기도 하고, 그동안 교회들이 구제하며 베푸는 모습에 영향을 받아 사회 구호단체며 방송들도 12월을 기점으로 모금 운동과 구제 활동을 활발하게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서도 지난 주간에 쌀 400kg을 구입해서 어려운 이웃들을 초청해 소고기국밥 한 그릇씩을 대접하고, 쌀도 나누어 드렸다. 또 오고가는 덕담 속에 훈훈한 정을 나누었고, 몸이 불편하신 독거노인들에게는 쌀을 배달해 드리며 섬겼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발을 씻겨 주기 위해서는 발 앞에 무릎을 꿇어야만 한다. 이는 남을 섬기기 위해서는 내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을 베풀고 섬기는 삶은 내가 먼저 낮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군림하고, 불법을 저지르고, 부정한 돈을 받는 등 불의를 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낮아져서 섬기고 베푸는 삶을 산다면 부정한 사건들로 장식되는 뉴스가 미담으로 넘쳐날 텐데, 그런 세상은 만들 수 없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인류를 구원하려고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기 위해 낮아져서 이 세상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마음을 낮추어 주변을 살펴보고, 가난한 이웃들을 섬기고, 가족 외식을 저렴하게 하거나 가족 성금을 모아서 이웃을 위해 기부금을 기탁하는 가족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누가복음 6장 38절)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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