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칼럼 <무지개떡>을 마치며
대학생 칼럼 <무지개떡>을 마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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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동반되는지 해본 사람은 다 안다. 특히 자기 본업이나 전공과 다르면 더 그렇다. 얼마 전 KBS홀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자원봉사 대축제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2천5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그렇다. 이들에게 시간이 남아돌아 사회소외계층에 봉사하는 게 아니다. 가치관이 남다르고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있어서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고 쪼개 더 낮은 곳을 향한 ‘나눔과 섬김’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금년 정유년 한해 이 사회를 진정 따뜻하게 밝혀준 자원봉사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대학생 칼럼인 ‘무지개떡’ 연재를 처음 기획하고 시작한 때가 4월이니 꼬박 8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3월 21일에 필자 특강을 들은 화학공학을 전공하는 4학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22명의 예비 필진을 추린 후 편집국장을 초청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지고 연재기간은 6개월을 예상했다. 그런데 10편쯤 게재되었을 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아직도 그 누군지는 알 수가 없으나 중단 요청이 들어왔다. 여기저기서 대학생 칼럼에 대해 좋은 평이 들리던 중에 누군가 학교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황당했다. 무시할 수도 있었으나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 일도 바쁜데 뭐 하러 사서 고생하나?” 후회막급이었지만 “경우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연재를 허락한 신문사에도 누가 되지 않도록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 독자위원회에서 “너무 한 학교에만 칼럼이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던 터라 대상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에서 학습과 연구를 병행하는 대학원생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시기가 가장 고민도 많고 미래 진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 확신이 부족한 때라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글로 정리하면서 “한번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그 후 조심스레 건네받은 기고문을 읽고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그들의 속마음까지는 다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자기 전공이나 논문 주제와 그 깊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용히 방으로 불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학생의 마음이 충분히 공감되었고 같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교 4학년 학생과 대학원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졸업 후 취업문제다. 또한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대화에 의한 문제해결이다. 사회에는 자기들의 아픔을 조금 더 이해해달라고 요청한다. ‘무지개떡’ 칼럼을 통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전해졌다.

그동안 ‘무지개떡’에 참여한 필진은 대학생 26명(4학년 14명, 2학년 3명, 1학년 9명)과 대학원생 5명 등 총 31명이다. 울산지역 대학생이 24명이고 타 지역에 소재한 대학생은 7명이다. 전공을 살펴보면 화학공학 계열이 21명으로 가장 많고, 재료공학 3명, 산업경영공학 3명, 그리고 나노융합, 영양교육, 물리치료, 실용음악 전공자가 각각 1명이다. 필진 중 여학생은 12명이다. 대부분이 이공계 학생이라 문과 계열 학생에 비해 글을 써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을 터인데 용감하게 도전해줘서 기특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특히 대학 1학년생들의 용기에 놀랐다. 이 지면을 빌어 31명의 병아리 필진에게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생각의 차이가 특별한 나를 만든다’, ‘다시 찾은 자신감과 도전정신’, ‘어느 날 깨어보니 내가 달라졌어요’, ‘스물다섯 여학생이 바라본 세상’, ‘이 시대 청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 ‘진정한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나에겐 자기성찰의 시간이 필요해’, ‘제대로 된 먹는 즐거움 선물하고 싶어’, ‘자신도 모르는 잠재의식의 힘’, ‘무지개떡 같은 매력적인 사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파’ 등 꿈 많고 패기만만한 병아리 필진들의 ‘무지개떡’ 칼럼 제목들을 되새기며 아쉬운 이별을 하고자 한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동안 참 행복했다. 내년에도 다시 청년들의 생각을 담아낼 터전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본지 독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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