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협력사협의회’의 하소연
‘현대기아차 협력사협의회’의 하소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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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업종이든 ‘협력업체’라면 언제나 을(乙)의 처지에서 갑(甲)의 눈치를 살피기 마련이다. 협력업체 사주의 시각에서 보면 갑(甲)으로 받드는 원청업체 경영진의 표정변화를 수시로 읽어야 하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원청업체 노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임·단협 교착상태 타개를 겨냥한 현대·기아차노조의 파업이 ‘줄파업’ 양상으로 치닫게 되자 을(乙)의 처지에 있는 ‘현대기아차 협력사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눈처럼 쌓인 걱정을 마침내 바깥에서 털기 시작했다. 1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파업 철회와 △노사간 원만한 교섭 타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협의회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원청업체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현실 앞에서 그들이 ‘가식’이나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협의회는 “현대차 파업에 따른 조업차질은 부품협력사들의 경영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부품협력사들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들의 우려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꺼낸 말이 있다. 지난해 24차례에 걸친 현대차노조의 파업으로 1차 부품협력사들은 납품을 제대로 하지 못해 1조4천억원의 매출손실을 봤고, 기아차의 1차 협력사들도 누적파업에 의한 매출손실이 1조2천300억원이나 된다는 주장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협력사들의 손실이 고스란히 협력사 노동자들의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협의회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비록 일하는 곳이 다르고 근무환경과 임금·복지 면에서 열악하지만 부품협력사 직원들도 현대차 조합원들과 같이 자동차를 만드는 노동자들이다. 현대차의 파업은 부품협력사에게 심각한 경영위기를 초래하고 직원들을 휴직상태로 만든다.”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다. 1차 협력사 피해의 주름살은 2·3차 협력사의 매출타격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은 신임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매우 합리적인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업체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노동조건 격차 해소에도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무엇이 하부영 위원장을 이처럼 강경 노선으로 치닫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양보정신의 실종’이 아닐까? 현대기아차 노사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양보정신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협의회의 고민도 눈 녹듯 사라질 것이다. 갑(甲)이 을(乙)의 처지를 더 많이 헤아려주는 ‘강자의 양보정신’을 이 기회에 멋지게 한번 발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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