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 칼럼] 한류의 뿌리는 ‘우리’
[박정학 칼럼] 한류의 뿌리는 ‘우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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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골의 ‘코리아가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라는 예언적 시가 아니더라도, 지난 세기에 다수의 세계의 석학들이 ‘미래 인류사회 모습’과 우리 민족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토인비는 1972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21세기 세계가 하나 되어 돌아가는 날이 온다면 그 중심은 동북아일 것이며, 그 핵심사상은 한국의 홍익인간 사상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 신부는 1977 방한 시 “홍익인간 이념은 21세기 인류 구원 사상”이라고 말했다. 20세기 전반기의 유명한 예언가 로돌프 슈타이너는 우리 민족을 “인류사회의 새 삶의 양식을 결정할 원형을 제시하는 성배의 민족”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말은, ‘미래 인류사회는 경쟁 아닌 하나 됨의 사회가 도래’하는데, 그 새 삶의 원형은 우리 민족이 제시할 것이며, 그것이 ‘홍익인간’ 이념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얼마 전 TV에서 우연히 남미에서 있었던 한류 공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대부분이 우리말인 가사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가수들의 춤을 따라 추면서 열광하는 장면을 보았다. 며칠 전에는 우리나라 방탄소년단이 ABA, NBC, CBS 등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 간판 토크쇼에 출연하고, 미국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시상식에서 환상적 공연을 보여 미국 내 K팝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옛날 영화 속에서 보았던 중세시대 오페라 공연을 할 때는 최고의 호응이 가수와 청중이 구분된 기립박수였으나, 한류 공연 현장에서는 관중들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뭔가 모를 흥’, ‘신바람’이 나서 가수와 ‘함께’ 춤을 추면서 하나 됨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나는 서로 다른 것 같은 이 두 가지 사건이 속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현재 인류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극단적 양극화를 극복할 새 삶의 양식의 원형이 ‘하나 됨’이고, 그것이 우리 겨레의 얼이자 민족정신인 홍익인간의 이념이며, 그렇게 하나 되게 만드는 원동력은 K팝 속의 ‘신바람’ 에너지라는 것이다.

세계인들은 자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의 경쟁과 투쟁 논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새로운 이념을 기대하고 있던 중 ‘한류’를 만났고, 그 한류에서 느껴지는 ‘하나 됨의 에너지 파동’에 자신도 모르게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그 파동은 우리 겨레의 DNA 속에 간직되어온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우리’로 하나 되게 하는 정(情)으로서 서양식 과학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고 오직 느낌으로 전달된다. 우리 가수들이 노래로써 그것을 전달하기 때문에 한류가 뜨는 것이다.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자유와 평등 속에서의 평화로운 공동번영’이다. 그러나 장하준 박사가 ‘사악한 삼총사’라 부르는 IMF, 세계은행, WTO라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기구들은 한결같이 선진국 중심의 ‘무한경쟁’ 논리로 극단적 양극화를 부추겨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으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홍범 박사는 그의 책 『홍익민주주의』에서 ‘극단적 양극화는 우주의 본성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몰라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우주의 본성이 하나라는 것이 바로 홍익인간 이념’이라고 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정작 인류사회를 구할 훌륭한 이념과 에너지를 겨레 얼로 가지고 있는 우리 자신은 우리가 가진 것의 진가를 몰라 석학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계가 드러난 ‘생존경쟁’ ‘무한경쟁’이라는 서구 이념을 뒤따르면서 한류가 왜 뜨는지를 속 시원히 설명해주지 못하는 데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바로 알고, 기존 서양 과학을 넘어 우리 DNA 속에 흐르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마음과 정서를 찾아내어 새로운 과학으로 발전시켜 세계화하는 데 과감한 예산투자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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