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현대차 노조
이판사판 현대차 노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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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이하 현대차 노조)의 공격성이 다시 불을 뿜고 있다. 새 집행부로 바뀌고 난 후 부터다.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지난 주 나흘 연속 부분파업을 벌였던 하부영 새 집행부가 이번 주에는 매일 부분파업을 통해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간 현대차 노조가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익숙한 풍경이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조금 생경하기도 하다. 생경하다는 말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완고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생경할 수밖에 없는 건, 전임 집행부가 경험을 통해 깨우친 교훈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기 때문. 사실 박유기 전임 집행부도 지난해 엄청난 불을 내뿜었다. 지난해 임협에서 박유기 집행부는 28차에 걸친 본교섭 기간 동안 무려 24차례나 파업을 벌이면서 막강 화력을 과시했다. 결과는 막장이었다. 부품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놓이고, 국가 경제까지 휘청하자 정부는 긴급조정권 카드를 뽑아들었다. 겁을 먹은 집행부는 결국 무파업 투쟁으로 전환했고, 며칠 뒤 타결까지 이뤄냈다.

이후가 중요하다. 일련의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은 당시 박유기 집행부는 해가 바뀌면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올 초부터 사회연대사업을 시작하며 자신들의 파업으로 피해를 입은 부품협력업체를 보듬었고, 지난해와 달리 파업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여름휴가 전에는 무파업을 선언하기도 했었다. 왜 그랬을까? 당연한 거 아닌가.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걸 제대로 깨달은 거지. 물론 이미지 관리 차원도 있었겠지만, 어찌됐건 박유기 전임 집행부는 바깥에서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나름 좋은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하부영 집행부로 바뀌면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있다. 심지어 하부영 지부장은 11일 본관 잔디밭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조합원들 출근율이 더 좋아졌다”면서 “이러면 회사에 타격이 안 가니 아껴놨던 연월차를 하나씩 다 쓰면 라인 중단시킬 수 있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이판사판(理判事判)’인가보다. 하지만 같은 날 시청 프레스센터에서는 부품협력업체 협의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원청의 파업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파업자체를 촉구했다. 문득 새 집행부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 ‘인간적으로’ 주위도 좀 둘러보면서 삽시다. 날도 추운데.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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