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가 건강한 자만의 전유물일 순 없다
영남알프스가 건강한 자만의 전유물일 순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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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유럽의 지붕이라고들 한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억 명의 관광객들이 이 아름다운 알프스를 즐기기 위해 찾아들고 있다. 해발 수 천 미터의 알프스 풍광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도보로 다 등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형이 험난하고 높은 정상을 올라갈 때는 주로 케이블카나 산악열차 혹은 자동차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이동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수시로 발생하는 번개와 벼락으로 인한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없어 오히려 자연의 훼손이 가중되었을 것이다.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태리 국가들로 둘러싸인 알프스는 동서남북으로 도로, 철도, 케이블카, 선박 등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이런 이동수단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 각각의 기능은 그 지형과 환경을 고려하여 설치되어 있기에 케이블카라 하여 무조건 환경파괴라는 선입견은 곤란하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한 곳으로도 잘 알려진 잘츠부르크에서 멀지 않은 샤프베르크 산은 해발 1천783미터인데, 빨간 등반열차가 1천732미터까지 손님을 태우고 간다.

이 산악열차는 1893년에 설치되었고, 산 정상에 있는 호텔은 1862년에 지어졌다. 수시로 바뀌는 기후변화와 등산객의 조난에 대비한 대피소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블카와 등반열차가 단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돈벌이 목적으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활동, 산불진화,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풍광 좋은 곳에 살기 원하여 험난한 지역에도 집을 짓고 수백 년을 살아오고 있다 보니 그에 따른 생활용품과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도 실어 나르고 있다. 특히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을 할 때 무거운 중장비와 인력을 케이블카와 등반열차가 신속하게 이동시키고 있다.

몇 년 째 울주군이 추진하는 영남알프스 행복케이블카 사업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본안 협의에 대비한 인허가 행정절차의 하나로 주민공청회가 예정되었지만 반대단체의 불참 의사로 반쪽짜리 공청회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어떤 사업이든 찬성이 있으면 반대도 있다. 문제는 어떻게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이끄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절차적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접근하고 푸느냐가 관건이다.

2004년 8월 지율이라는 스님이 천성산 도롱뇽을 보호한다며 단식투쟁을 했고, 이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단식 철회를 설득했으나 막무가내여서 실패했다. 대구~부산 간 KTX 공사는 289일간 중단됐고, 3천700억이 날아갔다. 손실액은 고스란히 국민부담 세금으로 돌아왔다. 갈등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행복케이블카 사업 역시 갈등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해당 이익집단 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비롯된다. 선진국이 선진국인 이유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신뢰는 서로간의 정보 공유와 합리적 의심과 토론에서 형성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행정당국의 밀어붙이기식은 더더욱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과 반대단체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듣고 합리적 설득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케이블카의 설치 이유와 반대를 오직 자연훼손이냐 아니냐의 기준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측면에서 평가해야 한다.

울산 방문의 해로 선정된 올해 울산 방문객이 4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모두 순수 여행객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올 한 해 울산에 여행객 1만 명을 인솔한 서울의 한 여행사 10년차 가이드의 조언에 의하면 주요 여행코스가 십리대숲, 대왕암, 간절곶, 고래마을, 암각화 정도라고 한다. 이마저도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한 곳에서 한 곳으로 이동하는 데 차로 1시간 정도 걸리고, 가서 보면 그곳의 풍광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울산의 매력은 울산 주민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인 손님이 하는 것이다. 인근 경주, 부산 등과 비교할 때 분명 경쟁력이 떨어지는 울산 관광자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들 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비경의 영남알프스를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케이블카가 분명 특화의 수단일 수 있다. 이제 세계적으로 명성을 자랑하게 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 참관했던 많은 국내외 방문객들이 아무리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자아낸들 행사기간 아닌 다른 날을 잡아 막상 도보로 등반하는 방문객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들에게 영남알프스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보니 이들은 힐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영남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 주길 촉구한다.

임현철 울산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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