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모양이 빠졌을 때는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남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가 최근 이런 모양 빠지는 짓을 하고 말았다. 파업을 벌이는데 주말 특근은 하겠다는 것.
하부영 새 노조집행부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5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취임 후 첫 파업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주말 특근은 허용토록 방침을 정했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 역대 노조 통 틀어서. 왜냐? 모양 빠지니까. 그렇다면 새 집행부는 그걸 몰랐을까? 그럴 리가 있겠나. 딱 봐도 견적 나온다.
새 집행부의 이 같은 파업 결정을 비판했던 한 현장조직의 유인물에 나오는 지적처럼 집행부로서는 과거 노조와는 다른 나름 ‘새로운 투쟁전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회사도 압박하고, 주말 특근은 허용해 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조합원들의 임금도 보전하고. 한 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겠지.
하지만 평일엔 파업을 하고 주말엔 특근을 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조차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회사 역시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그랬으니 주말 특근을 통해 나흘 간의 파업으로 난 생산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데도 특근을 취소했겠지.
실제로 회사는 4일 노조 측에 특근 취소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아마 노조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였을 거다. 한 마디로 스텝이 꼬인 거지.
모양은 진심이 들켰을 때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닌 척하다가 진심이 들켰을 때 보통 모양이 빠지곤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집행부가 이번 파업 결정을 통해 잡으려 했던 토끼가 한 마리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생산손실로 발생할 비난을 조금 모면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는 곧 회사를 걱정하는 진심도 조금 묻어있다고 나는 본다. 이 판국에 파업이 조금 미안했던 거지.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1공장 노조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효자 차종인 소형 SUV ‘코나’를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려 파업을 벌이다 이틀 만에 파업을 거두기도 했다.
모양 빠졌을 때 진심을 인정하는 게 데미지를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니 진심도 들킨 마당에 그냥 대범하게 회사와 힘을 합쳐 위기 돌파를 선언하는 건 어떨까.
<이상길 취재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