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이상한 파업
현대차 노조의 이상한 파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0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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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빠지다’는 단어가 있다. 일종의 속어로 어떤 것의 맵시나 모양새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소위 이미지 관리 중에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파괴하는 행동을 뜻하는 표현이다.

보통 모양이 빠졌을 때는 스스로도 부끄럽지만 남들로부터 비웃음을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가 최근 이런 모양 빠지는 짓을 하고 말았다. 파업을 벌이는데 주말 특근은 하겠다는 것.

하부영 새 노조집행부는 올해 임단협 난항을 이유로 5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부분 파업에 돌입한다. 취임 후 첫 파업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주말 특근은 허용토록 방침을 정했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 역대 노조 통 틀어서. 왜냐? 모양 빠지니까. 그렇다면 새 집행부는 그걸 몰랐을까? 그럴 리가 있겠나. 딱 봐도 견적 나온다.

새 집행부의 이 같은 파업 결정을 비판했던 한 현장조직의 유인물에 나오는 지적처럼 집행부로서는 과거 노조와는 다른 나름 ‘새로운 투쟁전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회사도 압박하고, 주말 특근은 허용해 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조합원들의 임금도 보전하고. 한 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었겠지.

하지만 평일엔 파업을 하고 주말엔 특근을 하는 것에 대해 조합원들조차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회사 역시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그랬으니 주말 특근을 통해 나흘 간의 파업으로 난 생산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데도 특근을 취소했겠지.

실제로 회사는 4일 노조 측에 특근 취소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아마 노조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사태였을 거다. 한 마디로 스텝이 꼬인 거지.

모양은 진심이 들켰을 때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아닌 척하다가 진심이 들켰을 때 보통 모양이 빠지곤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집행부가 이번 파업 결정을 통해 잡으려 했던 토끼가 한 마리 더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생산손실로 발생할 비난을 조금 모면하려 했던 것.

하지만 이는 곧 회사를 걱정하는 진심도 조금 묻어있다고 나는 본다. 이 판국에 파업이 조금 미안했던 거지.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1공장 노조가 지금 제일 잘 팔리는 효자 차종인 소형 SUV ‘코나’를 볼모로 자신들의 요구안을 관철시키려 파업을 벌이다 이틀 만에 파업을 거두기도 했다.

모양 빠졌을 때 진심을 인정하는 게 데미지를 가장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니 진심도 들킨 마당에 그냥 대범하게 회사와 힘을 합쳐 위기 돌파를 선언하는 건 어떨까.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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