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2.0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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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오신 날’ 크리스마스가 3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분위기 띄우기의 일등공신이 ‘트리’(Christma s tree=성탄목·聖誕木)와 ‘캐럴’이란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성탄목 꼭대기에 어떤 장식물을 달아야 제격인지 하는 물음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로 잠시 설전이 붙었다.

입씨름은 남구가 지난달 28일 선암호수공원 산책길목에 세운 성탄목의 꼭대기 장식물 때문이었다. ‘별’이 아닌 ‘십자가’가 달린 게 화근이었던 것. 설왕설래 끝에 마침표가 찍혔다. 지론인즉 이랬다. “부처님 오신 날엔 법등(法燈) 많이 안 다나? 십자가 없는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어색하지.”

깔끔한 유권해석이 없나 해서 인터넷을 뒤졌다. 그럴듯한 설명이 눈에 띄었다. “트리 꼭대기엔 예수의 탄생을 뜻하는 ‘별’ 장식을 달고 일부에선 예수의 탄생을 예언한 ‘천사’ 장식을 달기도 한다. 간혹 트리 꼭대기에 ‘별’ 대신 ‘십자가’를 다는 경우도 있다. 십자가를 다는 것은 ‘생일상에 영정사진 놓아둔 격’이라고 코웃음 치는 이도 있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기독교는 예수의 육신적 탄생보다 ‘부활’을 더 중시하고, 십자가는 ‘예수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성탄목 꼭대기의 별(☆) 장식은 동방박사들(=’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예수가 태어난 곳으로 인도했다는 ‘베들레헴의 별(Star of Bethlehem)’을 상징한다. 또 별 대신 십자가를 달아도 기독교 교리에는 어긋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2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점등식을 가진 성탄목의 꼭대기엔 대형 십자가가 보란 듯이 걸렸다. 대조적으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설치된 성탄목 꼭대기의 장식물은 별과 십자가 이미지를 둘 다 살린 것이었다. 상징물은 그 지방의 전통이나 주민 취향 나름이란 얘기인가?

하지만 성탄목의 기원에는, 예수의 탄생일이나 탄생년도가 그렇듯, 똑 부러진 정설이 없다. 성탄목이 16세기 초, 독일 서부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다소 우세할 뿐이다. 에스토니아는 ‘1441년 탈린의 트리’ 기원설을, 라트비아는 ‘1510년 리가의 검은머리 길드’ 기원설을 제각기 내세운다. (두 나라 모두 한때는 독일 식민지였다.)

종교개혁을 이끈 독일의 마르틴 루터(1483~1546) 기원설을 내세우는 이도 있다. 간추리면 이렇다. ‘1521년, 마르틴 루터가 크리스마스이브에 눈 쌓인 전나무 숲을 거닐다가 환한 빛에 이끌렸고, 그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 신비한 경험을 전하려고 전나무를 집으로 가져가 눈 모양의 솜과 빛을 내는 리본과 촛불로 장식했다. 이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이다.’ 또 그 깨달음이란 이런 것이었다. “인간은 저 전나무와도 같다. 한 개인은 어둠 속의 초라한 나무나 다름없지만 예수님의 빛을 받으면 주변에 아름다운 빛을 비출 수도 있다.”

요즘은 LED전구로 휘감은 ‘인조 트리’가 대세지만 성탄목의 본디 소재는 상록침엽수인 전나무나 소나무였다. 독일 민요이자 크리스마스캐럴인 ‘오 탄넨바움(O Tannenbaum)’에서 탄넨바움은 ‘전나무로 꾸민 크리스마스트리’를 뜻했다. (우리 동요 ‘소나무야’는 이 노래를 번안한 것.)

태화로터리에도 지난 1일 별을 건성으로 갖다 붙인 ‘야간조명 트리’ 하나가 세워졌다. ‘시민의 노고에 감사하고 새해를 희망으로 맞자’는 울산시의 염원을 담았다는 것. (시는 ‘십자가’를 감추고 ‘송구영신(送舊迎新)’을 내세웠다.) 12월은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내년 1월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를 띄운다고도 했다. 순간, 묘한 느낌이 스쳤다. “종교색깔 지운 건 지방선거 탓인가?” 머잖아 ‘탁월한 선택’이란 글귀가 뜰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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