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건배사 ‘통통통(通通通)~통통’
나만의 건배사 ‘통통통(通通通)~통통’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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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

통통통(通通通)에 2통 더해

웃으며 살자 ‘요절복통’과

자주 소식 전하자 ‘전화한통’

12월이다. 유난스런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이때가 되면 송년모임이 많아진다. 모임에 가려면 건배사 걱정이 앞선다. 건배사를 요청 받으면 갑자기 마땅한 건배사가 떠오르지 않아 당황할 때가 있다. 언제부턴가 술자리에서는 돌림잔을 놓고 건배사를 외치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건배를 하기 전에 그 뜻을 미리 말해주거나 잔을 비운 뒤 설명하는 방식이다. 약속장소에 가면 으레 한두 번은 하게 돼 있는 이 건배사 부담으로 전에는 아예 우스개 섞인 건배사 몇 개를 커닝페이퍼처럼 적어 다닌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본인 차례가 되면 어찌된 영문인지 그 많은 건배사는 어디로 가고 늘 국민 건배사인 ‘위하여’만 외치게 된다.

서로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우고 잔을 부딪치며 외치는 건배사에는 시대상이 담겨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줄임말이나 삼행시가 건배사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건배사들은 조금은 식상하고 다른 사람과 겹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건배사를 외칠 때는 축하하는 자리인지 위로하는 자리인지 먼저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한다. 화합을 위한 자리의 건배사로는 ‘오랫동안 징그럽게 어울리자(오징어)’, ‘소통과 화합이 제일이다(소화제)’, ‘지금부터 화합하자(지화자)’, 경상도 사투리로 ‘나도 좋고 가도 좋고 자도 좋고(나가자)’ 등이 생각난다. 연말이 되면 한해 힘들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건배사가 좋다. ‘무지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건승하자(무조건)’, ‘그래 내일은 도약할거야(그래도)’,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청바지)’.

요즘은 절주 송년회가 늘면서 따뜻하고 분위기 있는 건배사가 주류를 이룬다. 사랑과 행복을 표현하거나 술을 적당히 마시자는 건배사도 많다. ‘아름다운 우리의 성공을 위하여(아우성)’, ‘사랑하자 이 세상 다 바쳐(사이다)’, ‘당신과 나의 귀중한 만남을 위하여(당나귀)’, ‘초지일관 가자 집으로, 2차는 없다(초가집)’, ‘한 가지 술을 1차에서 9시까지만 마시자(119)’, ‘2가지 술을 섞지 말고, 2잔 이상 권하지 말고, 2차는 절대 없다(222)’.

최근 스토리텔링 바람이 불면서 스토리를 장착한 건배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신의 인생 경험이나 철학이 녹아있는 짧고도 강력한 이야기는 당신을 센스 있는 사람으로 바꾼다. 즉 건배사는 스토리다.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을 의미하는 ‘통통통(通通通)’ 건배사가 새삼 의미 있게 다가온다.

소통이 안 돼 일어나는 수많은 정치·사회적 갈등이 큰 문제가 되다보니 소통은 두말할 것도 없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게다가 국제정세는 날로 복잡해지고 북한은 여전히 예측불허의 깊은 토굴 속에서 으르렁거리고, 경제 전망마저 암울한 시대를 어찌어찌 살아내야 하는 민심을 표현하는 한 단면이다.

필자는 3통에 2통을 더해 건배사로 쓰고 있다. 추가한 2통은 ‘요절복통’과 ‘전화한통’이다. 의사소통만 잘 되면 운수가 대통하고 만사가 형통할 것은 자명하다. 주위를 둘러보면 정말 힘들어하는 이웃이 많다. 긍정적인 마음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로 자주 웃을 수 있는 ‘요절복통’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자주 뵙지 못하는 멀리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전화한통’이 쉬워 보이지만 실천을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의사소통, 운수대통, 만사형통’을 의미하는 ‘통통통’을 외치면 ‘요절복통, 전화한통’을 자주 하자는 ‘통통’으로 빠르게 화답한다.

‘연탄재’ 하면 안도현 시인이 떠오른다.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보다는 연탄재로 더 유명한 시,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18년에는 서로에게 더욱 뜨거운 사람이 되자는 의미로 ‘뜨겁게’ 하면 ‘사랑하자’로 화답하는 건배사가 널리 쓰이면 좋겠다.

또한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우문현답’도 자주 들리길 바란다. 신년모임 건배사로는 더 큰 행복을 위해 소통과 화합하며 힘껏 달리자는 의미로 ‘해피 투게더’를 크게 외치자.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맞이하자.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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