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생 여러분, ‘경험의 장’ 만들어 실천해 보세요!
수능생 여러분, ‘경험의 장’ 만들어 실천해 보세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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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이런 말들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한 실천의 경험은 어떠할까요?

되돌아보면 나에게는 참 값진 경험이 있었습니다. 베이비붐 마지막 세대인 나는 지금도 시골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하동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자랐습니다. 보리밥을 별로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다가 고1 때인 17살 되던 해 갑자기 가장이신 아버지께서 사고로 돌아가셨지요. 이 일로 재수를 하던 언니에게 수난이 닥쳤습니다. 언니가 원하는 대학을 보내는 문제로 집안이 시끄러워졌고, 그 상황을 보는 나 또한 불안해졌습니다.

철없는 막내딸 행세를 마음껏 누리던 나는 ‘어영부영 살다가는 대학도 못 가겠구나’, ‘중학교 때 1천m 달리기조차 한 번 완주해본 적 없는데 나는 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자’하고 마음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4km 완주를 목표로 참여한 학교 마라톤대회에서는 27위로 결승점에 도착했고, 이때부터 ‘나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대입 학력고사(지금의 수능시험)를 칠 때까지 밤 12시 전에 잠들지 말자’가 목표였는데 실천하기가 어렵지 않아 강도를 좀 더 높이기로 했습니다.

고2 겨울방학 때부터 ‘하루 3시간 이상 잠자지 말자’로 말이지요. 남들에겐 하찮아 보였을지 모르지만 키 153cm, 몸무게 42kg였던 나에게는 마음먹기조차 어려운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과 한 이 약속을 그 후 1년 동안 한 번도 어겨본 적이 없었습니다. 학력고사를 치는 날까지.

이런 경험이 나의 삶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습니다. ‘나 자신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마음속에 심어주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땐 도전의 두려움보다 일에 최선을 다하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마음먹은 일은 거의 성취하는 기쁨을 맛보곤 한답니다.

바로 ‘하면 되지 뭐. 남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 있나?’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이런 생각을 젊은 나이에 가지지 못했다면 나를 이겨내는 일에 강도를 점점 높여갈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남들이 들으면 별로 크고 거창하지도 않을 이 성공담을 왜 자꾸 자랑하고 싶은 걸까요?

수능시험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님, 참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이번의 수능시험은 7일이나 연기되면서 준비시간이 그만큼 더 길었고 마음고생 또한 다른 해와는 사뭇 달랐겠지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나의 힘을 온전히 쏟아 붓는 일은 힘겹고 또 힘겨운 경험입니다. 그래서 그 경험이 참으로 값지고, 다음 일로 이어질 때 의미 있는 일로 연결된다고 믿습니다. 이번의 수능 연기 현상도 이런 생각으로 보면, 수험생 여러분은 다른 해보다 더 좋은 경험을 쌓게 된 셈이지요. 그런 여러분은 참으로 행운아들입니다. 이렇게 지나간 삶이 행운이었던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삶도 행복과 행운이 따르는 삶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정해진 삶의 방향대로 나의 열정과 노력을 투자하는 삶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나 스스로 나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 개척의 삶에 스스로의 목표를 세워서 이룬 다음 또 다른 목표로 연결해 나간다면 행복한 삶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와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 있도록 작은 꿈부터 실천하는 삶을 권유해 드립니다.

작은 목표에서 성공해 본 경험이 자신감 있는 삶으로 이어집니다. 그 비결은 ‘하면 된다’, ‘젊어서 고생(경험)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이런 실천의 경험이야말로 어떤 일이 닥쳐도 좌절하기보다 또 다른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려는 의지를 갖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드려봅니다. 여러분이 대학으로 가든, 취업일선으로 가든 졸업할 때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주어져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새로운 인생경험을 쌓는 ‘아르바이트’에 몰두하거나, 남들이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부모님, 학원선생님보다 자신의 삶을 살찌우는 일-을 찾아서 해 보십시오. ‘일하는 인생경험’은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싫어도 내내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와 연결 짓거나, 현재의 나로서는 좀 높겠다 싶은 목표를 세워 자신이 좀 부족한 부분을 보태는 일에 빠져들어 나 자신을 이겨내는 경험부터 가져 보기를 권유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진로(취업 또는 대학의 선택과 등)와 연관성 있는 책을 가능한 많이 사서 밤을 새워 탐독하거나, 친구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어 논리적으로 말하기-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기- 역량을 키워 보는 등 바로 내 앞에 다가올 일에 시간을 투자해 보십시오.

평소에 깊이 있게 빠져보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필요한 공부에 열정을 쏟아 보십시오. 그리고 문화와 예술, 체육 분야의 취미생활과 연관된 기초적 능력을 키우는 시간도 가져 보십시오. 이 일 또한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해 보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수능을 위한 공부가 지긋지긋한 공부였다면 나의 정신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공부나 취미활동은 나에게 성취감과 행복을 맛보게 하는 경험을 제공해 줄 것이며, 나아가 내 인생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또 다른 취미를 즐길 줄 아는 풍부한 삶이 되게 해 줄 것입니다. 가급적 학원이나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교육과정에 편승해서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계획하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서 하는 일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삶을 뜨겁게 응원해 마지않습니다.

<정기자 매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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