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논란중인 정치권의 ‘막말’
리더십 논란중인 정치권의 ‘막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2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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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의 주례사, 회사 임원의 헌사, 학교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 그리고 정치인들의 막말까지 이것만큼 우리의 귀와 뇌를 따로 분리시키는 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말하기들이다. 바야흐로 정보와 말의 홍수인 시대에, 길고 지루하며 엉뚱하기까지 한 말하기는 말을 하는 그 순간부터 생명력을 잃는다. 그 어느 때보다 짧은 시간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말하기가 필요한 시대다.

리더십 논란을 자초하는 정치인들과 장관들의 막말이 화제다. 결국 ‘말’이 문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계속된 실언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부적절한 농담으로 빈축을 샀다. 송 장관은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을 격려했다. 문제의 발언은 병영식당에서 나왔다. 송 장관이 자신을 기다리느라 좀 늦어진 장병들을 의식한 듯 “원래 식사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은 통역을 통해 미군 병사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JSA는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남북 병사들 간에 총격이 오간 곳이다. 남북 간 긴장관계가 고조된 상황, JSA라는 장소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농담이었다.

‘TPO’라는 단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옷을 착용할 때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농담 역시 마찬가지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농담은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TPO에 맞지 않는 농담은 오히려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송 장관의 말실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송 장관은 군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국방부 장관이 실책을 거듭하면 군이 국민에게 믿음직한 인상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한 번쯤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면 고의’라는 말이 있듯이 송 장관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더 뜨겁다. ‘막말’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향해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며 십자포를 날렸다. 앞서 홍 대표는 홍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친박계를 겨냥해 “고름을 그대로 두고 상처를 그대로 두고 적당히 봉합해서 가게 되면 상처가 덧나지 않겠나”라며 “잘못된 것은 도려내고 암 덩어리는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지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논의로 코너에 몰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스스로 리더십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바로 그의 언사 때문이다. 사실 안 대표의 발언은 항상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걸었다.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로 다시 올라선 안 대표의 언사는 더욱 거침없었다. 안 대표 발언 파급력은 차후 문제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수도, 그를 가늠하는 중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인의 말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리더십 논란을 부추기는 정치권의 막말은 지양(止揚)되어야만 한다. 정치권의 한 축인 야권 지도자들에게서 더 이상 당과 지지층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막말 언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정제된 발언으로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다시 나서주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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