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논란을 자초하는 정치인들과 장관들의 막말이 화제다. 결국 ‘말’이 문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계속된 실언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부적절한 농담으로 빈축을 샀다. 송 장관은 27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장병을 격려했다. 문제의 발언은 병영식당에서 나왔다. 송 장관이 자신을 기다리느라 좀 늦어진 장병들을 의식한 듯 “원래 식사자리에서 길게 얘기하면 재미가 없는데 식사 전 얘기와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하죠”라고 말한 것이다. 이 발언은 통역을 통해 미군 병사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JSA는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남북 병사들 간에 총격이 오간 곳이다. 남북 간 긴장관계가 고조된 상황, JSA라는 장소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농담이었다.
‘TPO’라는 단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옷을 착용할 때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농담 역시 마찬가지다.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농담은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TPO에 맞지 않는 농담은 오히려 듣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송 장관의 말실수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송 장관은 군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국방부 장관이 실책을 거듭하면 군이 국민에게 믿음직한 인상을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다. 한 번쯤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실수가 여러 번 반복되면 고의’라는 말이 있듯이 송 장관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치권의 막말 논란은 더 뜨겁다. ‘막말’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홍준표 대표를 향해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 대표의 막말”이라며 십자포를 날렸다. 앞서 홍 대표는 홍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친박계를 겨냥해 “고름을 그대로 두고 상처를 그대로 두고 적당히 봉합해서 가게 되면 상처가 덧나지 않겠나”라며 “잘못된 것은 도려내고 암 덩어리는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지 우리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논의로 코너에 몰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스스로 리더십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바로 그의 언사 때문이다. 사실 안 대표의 발언은 항상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을 걸었다. 대선 패배 후 당 대표로 다시 올라선 안 대표의 언사는 더욱 거침없었다. 안 대표 발언 파급력은 차후 문제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는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수도, 그를 가늠하는 중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정치부 기자들이 정치인의 말에 민감한 것도 이 때문이란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리더십 논란을 부추기는 정치권의 막말은 지양(止揚)되어야만 한다. 정치권의 한 축인 야권 지도자들에게서 더 이상 당과 지지층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막말 언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정제된 발언으로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다시 나서주길 바란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