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 속에서 치러진 울산지역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별 다른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우려했던 지진은 이날 발생하지 않았고, 수능 한파도 크지 않았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응시자는 총 1만3천334명으로 모두 26개 시험장 492개 시험실에서 수능을 치렀다. 결시율은 예년보다 다소 높았는데 1교시 10.60%(지난해 8.37%), 3교시 11.56%(지난해 9.0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수시합격자가 더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교시 시험 중인 오전 11시35분께 포항 북구 9km지점에서 규모 1.7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울산에서는 체감할 수 없었다.
올해 수능의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수능이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하는 이른바 ‘불수능’이었던 만큼 올해 역시 ‘불수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평가원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출제경향’ 브리핑을 갖고 “난이도를 조절하면서 특별히 어려워진다, 쉬워진다는 개념보다 각 영역 특성에 맞게 사전에 정해진 난이도 구간을 잘 맞추려고 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전년도 출제기조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국어영역과 영어영역은 출제 범위 내에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출제했다. 또 수학영역과 사회·과학·직업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사고력 중심의 평가에 치중했다고 교육부 측은 설명했다.
입시전문가들도 이번 수능이 지난해와 같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어와 수학이 어려워 변별력을 갖추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첫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한 영어는 평이한 수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덕 대성학력평가연구소장은 “국어, 수학, 영어의 전체적인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며 “지난해 국어와 수학이 어려웠는데 올해 수능도 지난해 정도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영어는 지난해에 국어나 수학보다는 쉬웠고 올해도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양상”이라며 “상대적으로 국어와 수학은 어렵게 나왔고 영어는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건은 첫 절대평가를 채택한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이라며 “예상보다 쉽게 출제된 만큼 6월 모의평가 때와 비슷한 8%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특히 “시험을 치고 나온 학생들은 탐구영역도 조금 어렵게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결과적으로 영어는 쉽게 출제하고 나머지 과목은 변별력을 고려해 지난해 정도로 어렵게 출제되면서 정시 모집에서 수능으로 뽑을 때 변별력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능이 다소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재학생보다는 재수생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험이 어려우면 통상 상위권 학생들과 재수생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의 응시생은 59만3527명으로 이중 재학생이 44만4천873명, 재수생(N수생 포함) 등이 14만8천654명이다.
지역 입시학원 한 관계자는 “재수생들은 수능공부만 하고 재학생들은 학종이나 내신도 대비해야 한다”며 “수능이 어렵게 나오면 상대적으로 수능 공부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한 재수생들에게 유리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입시학원 한 관계자는 “정시가 어렵다면 재수생에 유리하다고 보긴 하지만 실제적인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고 추론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