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성 600년의 숨결”…그날의 추억과 가치
“병영성 600년의 숨결”…그날의 추억과 가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20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 경상좌도병영성(=병영성) 축성 60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14∼15일 이틀간 이 성 일원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렸다. 불어온 바람이 잔 나뭇가지를 흩트리고 밝은 햇살이 병영성 구릉을 비추어 더 한층 따사로운 날에 안간힘을 다해 버텨온 600년 역사의 병영성이 여전히 굳건하게 우리를 지켜주는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했다. 비록 닳아 없어지고, 무너져 버리고, 볼품없이 초라했던 날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복원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덕분에 과거 주요 군사요충지였던 병영성의 위용을 되찾아가고 있어 이보다 더 가슴 뿌듯할 수 없었다.

병영성 축성 600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민 600명이 진심을 다해 부른 ‘축성 600주년 기념! 병영성의 시민 대합창’이었다. 무려 600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무대에서 혹은 구릉 위에서 장관을 이루며 하모니를 맞추어 나간 합창곡은 ‘고향의 봄’과 ‘봄이 온다면’ 등이었다. 출정을 앞둔 병사가 고향의 홀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다는 출정에 대한 의지와 용기가 대합창 속에 담겨 있었다. 병영성이 사람이었다면 이 우렁찬 합창소리를 듣고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마치 지금까지 견뎌주어 고맙다며 인사하고 위로해주는 느낌이었다. 마른 줄 알았던 시민 참여에 대한 걱정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한마음 한뜻, 자발적 성원으로 참여해주신 우리 주민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이어 ‘전쟁에 앞서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는, 진격의 북소리 출정식’에서 장군과 병사의 역할을 재현한 배우들의 출정식 퍼레이드는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역사의 교훈과 애향심을 한껏 심어주었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리고 푸른 잔디가 길게 뻗은 600년 역사의 옛 성돌 위를 거닐며 ‘소중한 사람과 두 손 잡고 걸어보자, 푸른 잔디의 병영성 성곽길 걷기’라는 주제의 무대가 된 산책길은 그 어떤 길보다 쾌적한 느낌이었다. 이 성돌 위를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거니는 것은 어떨까? 동문 터에서 길을 잡고, 북문을 지나 서문으로 나아가 병영1동행정복지센터 마당에 서 있는 역대병마절도사의 비석들을 보며 마무리한다면 옛 병영성의 용맹함을 짐작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비석군은 서기 1417년 축성된 이래 1897년까지 병영성에 머물렀던 역대 경상좌도 병마절도사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유물군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참여로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병영1동행정복지센터 직원으로서 매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던 나의 무관심에 놀랐고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그간 북구는 과거 병영성의 가치를 되살리고자 성곽 정비, 성문 복원과 탐방로 조성 등 정비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병영성이 지켜주었던 우리는 이 성의 참된 가치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한 관심과 보존 노력을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가까이 있다고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고 싶다면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특히 오늘 같은 날은 하루라도 병영성에서 쉬어가도록 하자.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푸른 잔디의 성곽길, 과거·현재·미래에도 영원히 잠들지 않을 ‘병영성 600년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가?

앞으로 역사 명소, 문화 자산으로서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병영성은 ‘재건’에 그치지 말고 ‘낭만과 꿈’을 담은 곳으로 남아 있길 기대해 본다. 마치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두 팔 벌려 춤추고 노래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성터로, 어린 시절 성안에 사는 존재에 대한 상상이 살아 퍼덕거리는 미지의 공간으로, 소중한 가족과 함께 이야기도 정도 나누는 따뜻한 쉼터로, 청년·노인 누구나 함께 손잡고 노닐 수 있는여유의 공간으로 말이다. “이제 우리 함께 병영성 안으로 걸어가 볼까?“

박윤경 중구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