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시험을 앞둔 그대들에게…
대학수능시험을 앞둔 그대들에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15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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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고등학교 정문에 대학수학능력 시험장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아 그렇구나 곧 수능일이구나.” 무심코 생각한 수능일, 수험생의 마음은 어떨까? 수능을 치르는 본인들의 마음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래전 그날, 나도 대입수능을 치르던 날이 있었다. 지금은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어버린 지난 시간이지만, 그 날의 기억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수능 전날 나는 고사장을 한번 둘러보고 준비물도 챙겼다. 평소 깔고 앉은 방석도 꼭 챙기고 쓰던 필기구도 챙기고 새것은 보지도 않았다. 부정탈까봐 뭐든지 조심했었다. 하지만 수능일 아침, 왜 그런지 머리가 계속 아팠다. 아마도 긴장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견디다 못한 나는 아스피린을 한 알 먹고 시험장으로 향했다.

“파이팅!”을 외치던 아버지를 뒤로하고 들어간 나의 시험장. 입시한파라고 11월인데도 추워 여러 겹 옷을 껴입고 공부할 때 쓰던 지저분한 방석을 깔고 앉아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약 때문인지 긴장이 풀려서 졸리고 몽롱한 상태에서 오전 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꺼냈다. 엄마는 점심도시락으로 찹쌀김밥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보온병에는 따뜻한 보리차와 도시락 한 쪽에 찹쌀떡 한 개를 넣어 주셨다. 그 찹쌀떡은 그냥 떡이 아니었다. 아마도 도시락을 싸며 딸이 시험을 실수 없이 잘 치르기를 기원하는 엄마의 마음이었으리라!

시험을 다 치르고 어두컴컴해질 저녁 무렵 교문이 열리며 나는 시험장을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던 아버지는 고생했다면서 등을 두드려 주셨지만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빠 나 시험 망쳤어! 흑흑.” 아침에 먹은 약 때문에 오후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게 된 것 같았고 그 때문에 오전 시험을 망친 것 같아서 아스피린 먹은 걸 후회했다. 아버지는 괜찮다고 위로해 주셨지만 그날 가슴이 뛰어 교육방송 채점도 볼 수 없었고 내 인생이 망가진 것 같아 계속 울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살아온 결과로 보건데 내 인생이 망쳐지진 않았다. 그날 수능은 꿈 많은 소녀를 힘들게 했지만, 나는 어쨌든 대학교도 가고 그곳에서 재미있게 지냈고, 직장도 다녔고, 지금은 소소한 작은 행복들을 누리며 지내고 있기 때문에 망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 같은 나의 수능 이야기지만 세월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 날의 심장 쫄깃한 수험생의 마음과 도시락을 싸며 그리고 시험장까지 바래다주며 실수 없이 아이가 시험을 잘 치르기를 기원하는 부모님의 마음, 또한 “선배님 수능대박 나세요!”를 외치는 후배들의 응원. 이 모든 아날로그 감성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것이다.

요즘 초등 고학년부터 수학은 아예 손도 못 댈 정도로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비해 학력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수능시험도 그 시절에 비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심장이 터질 듯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수험생의 긴장하는 그 모습과 자녀의 수능대박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님의 백일기도는 세대가 흘러도 그 감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수능시험을 치르는 그대들에게 이런 당부를 하고 싶다. 지난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묵묵히 잘 견딘 자신을 믿어라! 그리고 시험장을 나오는 그 순간, 난 최선을 다했고 후회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라고!

그동안 고생한 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나를 두 팔로 꼭 안아주는 그대들이 되길 바라노라!

김정화 영화초·상북유치원 학부모, 어울림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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