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나무’ 소나무의 애환(哀歡)
‘국민나무’ 소나무의 애환(哀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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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나무’다. 한마디로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소나무의 모습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상징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중요한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옛 조상들은 추위에도 끄떡없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를 좋아했다. 소나무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의 60%나 차지할 만큼 많았던 소나무가 몇 십 년 사이에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두 그루 중 한 그루가 소나무였지만 현재는 그 수가 다시 절반으로 뚝 떨어져 전체 산림의 약 23% 수준으로 네 그루 중 한 그루만 소나무인 셈이다. 이러다간 조만간 소나무를 보기 힘든 시절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소나무이기에 안타깝다.

소나무는 심지어 우리나라의 노래인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며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선인들은 소나무에 벼슬까지 줬다. 충북 보은군에 있는 이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돼 있는 ‘정이품송’으로 조선 시대 임금 세조가 이 나무에 정2품 벼슬을 내렸다. 이 밖에도 많은 소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고 하니, 소나무의 가치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소나무는 생활 속에서도 우리와 늘 함께 해 왔다. 집 짓는 재목으로 소나무를 으뜸으로 생각해 많은 사람들이 소나무로 집을 지었다. 소나무는 매우 유용한 건축 자재로 조선 시대에도 궁궐을 짓는 데 소나무를 사용했다. 그 당시 가장 흔하고 강한 건축 자재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사라지면 외국산 소나무를 이용해 문화재를 복원해야 한다. 광화문과 경복궁 복원에 쓰인 나무도 일부는 미국산 소나무라고 하니, 우리 고유의 문화재를 점점 잃어 가는 슬픈 느낌이다.

‘국민 나무’로 꼽히는 소나무가 이렇게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끊임없이 소나무를 괴롭히는 세 가지 해충으로, 솔잎혹파리, 송충이와 재선충이다. 현재 소나무를 괴롭히는 해충 가운데 가장 위험한 녀석은 바로 ‘재선충’이다. 이는 실처럼 가늘고 긴 선충으로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 현재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재선충병으로 소나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재선충은 매년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죽이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600만여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려 죽었다. 재선충이 파고든 소나무는 솔잎이 아래로 처지면서 시들기 시작해. 3주 정도 지나면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잎이 꼭 단풍이 든 것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리면 수개월 안에 나무가 죽는다. 방제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에 있는 소나무가 다 사라지는 데는 약 7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등산을 하다보면 산이나 숲에 나무를 초록 비닐로 덮어 놓은 것을 자주 본다. 이것이 재선충 ‘훈증’ 처리과정이다.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 감염된 소나무를 땔감이나 목재로 쓰려고 가져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지만 이 감염된 나무는 절대 이동시키면 안 된다. 감염된 나무는 모두 벌목한 후 파쇄하고 소각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 나무 소나무가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소나무 재선충은 무척 위험한 존재다. ‘국민 나무’ 소나무의 애환(哀歡)인지도 모를 일이라지만 소나무와 함께 우리 민족의 지조와 절개는 치유되길 희망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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