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사수 vs 교권붕괴 ‘21세기 울산 교실 이데아’
인권사수 vs 교권붕괴 ‘21세기 울산 교실 이데아’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11.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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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지역교육현장의 교권·인권 현주소
화장한 여학생, 교사 지적에 “폭행 당했다” 신고
SNS에 학내 인권유린 일파만파 ‘우신고 사건’
지역 3년간 학생인권침해 57건·교권침해 217건
교육관계자

교권과 학생인권(이하 인권)은 한 몸이다. 교실이라는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기 때문이다. 교사 없이 학생만 존재하는 교실은 있을 수 없고, 교사만 있고 학생은 없는 교실 역시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지금 교권과 인권 사이에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둘 다 서로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사는 인권에 밀려 교권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학생들은 교권으로 인해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과 존경이 넘쳐나야 할 배움의 현장에서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이에 본보는 지금 교권과 인권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울산 지역 교육현장을 긴급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교권과 인권

지난 6월 울산 남구 우신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날 학교에서는 체육대회가 있었는데, 한 여학생이 화장을 하고 등교했다. 화장은 학내 교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에 한 교사가 화장을 한 그 여학생에게 꾸중을 했고, 그 과정에서 해당 학생이 폭행을 당했다고 112에 신고가 이뤄지면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경찰 출동 결과 폭행을 당했다는 아이가 없어 결국 오인신고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우신고 일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SNS상에 ‘우신고를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올려 그간의 학내 인권유린 사례들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우신고 학생인권유린 사건은 올해 울산교육현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 가운데 하나다. 당시 SNS의 위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우신고 사태는 전국적으로 퍼졌고, 울산에서는 진보성향의 교육단체들이 잇단 기자회견을 통해 진상규명 및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결국 우신고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 교사 10여명에게 정직 1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지만 교육단체들은 “부족하다”며 우신고 인권유린 관련 합동조사단 구성까지 촉구하며 강경입장을 반복했고, 결국 우신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나서 기자회견을 통해 비난 자제요청에 나서면서 진정됐다.

그런데 이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도 일각에서는 점점 무너져가는 교권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잖았다. 교칙에 어긋나는 학생의 행위에 대한 지적조차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교사들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것. 결국 우신고 사건은 대한민국 교권과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사실 20여 년 전만해도 이 같은 교권과 인권의 충돌은 없었다. 교권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사에게는 체벌권도 인정됐고, 학생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유교적인 사고가 교육현장에 깊게 뿌리를 내렸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특히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학생들에게도 대중화되면서 교사들의 체벌권 남용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 대표적인 게 바로 2010년 7월 서울에서 발생했던 ‘오장풍 교사 사건’이었다. 당시 52세로 6학년 담임이었던 오 교사는 혈우병에 걸린 학생에게 가혹한 폭행을 일삼았고, 그 현장이 한 학생의 핸드폰 카메라에 담겨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해당 교사는 해임됐고, 그 일로 교사 체벌권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물론 체벌금지에 대한 논의는 19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오장풍 교사 사건’을 계기로 이듬해인 2011년 3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체벌이 전면 금지됐다.

한편 체벌이 금지되자 동반해서 학생인권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 바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이 그것. ‘오장풍 교사 사건’이 발생했던 2010년 10월 가장 먼저 경기도교육청에서 해당 조례를 제정했고, 이듬해인 2011년 10월 전남 광주시교육청, 2012년 1월에는 서울시교육청, 2013년 7월에는 전라북도교육청이 제정했다.

현재 울산에서도 학생인권조례는 교육현장에서 찬반양론이 뜨겁다. 지난 6월 울산시의회 최유경 의원을 중심으로 발의가 추진됐으나 찬반논란에 휩싸이면서 무산됐다. 무너져가는 교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부 조항에 포함된 동성애와 청소년의 임신 출산 낙태 허용 부분이 지역 종교단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멈춰 선 상황이다.



◇ 울산교육현장의 교권과 인권침해 현황

가끔 전국 뉴스에도 등장하는 교권이나 인권 침해 사건은 주로 일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해 음성화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기준도 다소 모호해 침해 사례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교권침해는 교육부 차원에서 지난 2013년부터 겨우 집계가 시작됐고, 학생인권침해는 공식적인 집계창구가 사실상 없다.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거나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접수가 전부인 상황이다. 다만 교권침해의 경우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차원에서도 별도로 집계가 되고 있다.

울산의 경우 인권침해 현황은 시교육청이 지난 6월 시의회 이성룡 시의회 부의장의 서면질문 답변서를 통해 공개한 현황으로 대략 감을 잡을 수 있다. 시교육청은 당시 국민신문고에 제기된 민원을 토대로 최근 3년여 간의 인권침해 현황을 제시했다.

답변서에 따르면 2015년에는 학생인권무시 발언 1건, 2016년에는 비속어 및 욕설 2건, 복장규정 불만 1건, 체벌 2건, 휴대전화 소지 규정에 대한 불만 2건 등 총 7건이었다. 그러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복장규정에 대한 불만 3건, 교사의 체벌 2건, 벌점제도에 대한 불만 1건, 두발규정 불만 1건, 우신고 학생인권 침해사건 관련 42건 등 49건이 민원으로 제기돼 2년 반 동안 총 57건의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교육청이 조사한 교권침해 현황은 2015년에는 폭행 3건, 폭언·욕설 62건, 교사 성희롱 4건, 수업진행 방해 14건, 기타 12건, 학부모 등에 의한 교권침해 1건 등 96건이었다.

2016년에는 폭행 2건, 폭언·욕설 45건, 교사 성희롱 1건, 수업진행 방해 23건, 기타 7건 등 78건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폭언·욕설 18건, 교사 성희롱 4건, 수업진행 방해 2건, 지시 불이행 17건, 기타 1건, 학부모 등에 의한 침해 1건 등 43건이었다.

또 본보가 입수한 교총 내부의 2016년 교권교직상담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에서는 총 7건의 교권 침해 피해가 접수됐다. 2015년에는 8건이 접수됐었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데이터는 인권침해의 경우 이렇다 할 집계 창구 없이 국민신문고로만 접수됐기 때문에 건수가 적을 수도 있겠지만 울산도 최근 학생인권이 급성장하면서 교권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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