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핀란드는 여름에 해가 지지 않는 ‘백야’와 겨울에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그리고 그 속에서 초록빛으로 화려하게 너울거리는 ‘오로라’까지 이 모두를 지닌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북유럽 국가이다.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고 오후 3시면 온 거리가 깜깜해지기 시작하는 매년 11월이면 이곳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전 세계 스타트업의 이목이 집중되는 전시·콘퍼런스 행사인 슬러시(Slush)가 개최된다.

2008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작년에 1만7천500여 명의 참가자, 2천300여 개의 스타트업, 1천100여 명의 투자자, 600명의 저널리스트가 참가하여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스타트업 행사로 자리매김하였으며 해가 갈수록 그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슬러시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과 초기 스타트업들에게 한 장소에서 수많은 전 세계 투자자들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슬러시 행사에 울산시의 성장 단계별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울산의 스타트업 10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모두 울산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으로 평균 업력 1.9년에 창업스타기업 육성 사업, 지식기술 청년창업 지원 사업, EWP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상생서포터즈 청년창업 프로그램 등의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그리고 창업을 시작할 때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올해 울산시와 울산테크노파크는 그간의 성장단계별 창업지원의 종착점으로서의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몇 가지 일들을 추진하였다.

올해 3월에는 전국에서 지자체 차원에서는 유일하게 슬러시 주최 측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어 세계적 스타트업 콘퍼런스를 통한 울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이어 6월에는 북유럽의 대표적인 창업생태계인 ‘에스포 이노베이션 가든’을 운영하는 ‘에스포마케팅’사와 MOU를 맺고 상호 스타트업 교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또한 내년 초에는 울산의 스타트업 5개사가 핀란드 알토대 등지에서 현지 국제화 프로그램 교육을 수행할 예정이며, 정책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사업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들을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슬러시와 같은 해외 전시회를 다녀온다고 해서 울산의 스타트업들이 내일 당장 수출과 같은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해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수시장의 레드오션 틈바구니 속에서 블루오션을 찾고자 하는 것에만 매달려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섣부른 화두에 휩쓸려 허울뿐인 이벤트로 끝나버리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해외 사업성 검증, 명확한 목표시장 선정, 해당 지역에 대한 이해와 맥락 파악을 위한 교육, 글로벌 표준인 외국어 구사 인력 확보, 해당 지역 사업 수행 경험자를 통한 멘토링 체계 수립, 스케일업이 가능한 비즈니스 설계 등의 지원과 같은 울산시와 창업지원기관의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사전 준비와 우리 스타트업의 노력 속에서 울산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울산의 스타트업 10개사도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준비 과정 속에서 슬러시라는 행사를 참여하는 것이다.

울산의 스타트업들도 그들의 성장과정에 ‘백야’와 같이 밝은 길이 있을 수도 있고 때론 ‘극야’와 같이 힘들고 어두운 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헤쳐 나가면 결국 나서서 알리지 않아도 세계인 누구나 자연스레 찾게 되고 누군가에게 큰 의미를 주는 ‘오로라’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영진 울산TP 기업지원단 창업기술사업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