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분권’ 살리는 류혜숙 대행체제
‘교육분권’ 살리는 류혜숙 대행체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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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체제에 익숙해져 한없이 죄어드는 것으로 보이던 울산 교육가족들의 숨통이 최근 들어 다시 트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는 ‘소통 부재’의 관행이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소통의 새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소통 재개’의 중심에는 ‘3연타석 홈런’의 주역 류혜숙 울산시교육감권한대행(부교육감)이 있다. ‘3연타석 홈런’이란 △교육연수원 이전예정지 확정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완성 △성신고교 사태 봉합- 이 세 가지를 두고 교육청 안팎에서 나돈 입소문이다.

겉보기에 류혜숙 권한대행 체제는 철저히 민주주의적 합의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비쳐진다. 8일 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현안 공감협의회’가 좋은 본보기이다.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원)장협의회 대표, 부교육감, 교육국장, 교육국 부서장이 자리를 같이한 이날 공감협의회는 학교현장의 갖가지 교육현안에 대해 소통·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어찌 보면 ‘숙의민주주의 싹’이 돋아난 민의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유의미한 결정들이 여럿 쏟아져 나왔다.

그 첫째는 시교육청이 주관해오던 ‘학교평가’ 방식을 내년부터 학교 자율에 맡기는 ‘학교자체평가’ 방식으로 바꾸기로 한 점이다. 지금까지의 학교평가는 시교육청이 학교에 공통지표를 제공한 후 학교평가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바뀌는 학교평가는 학교에서 자체지표를 개발하거나 종전지표를 참고해서 운영하되 보고서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학교구성원과의 소통과 협력에 최우선을 둔 획기적 전환 방식”이라고 했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넓은 뜻의 교육분권’이란 교육부 권한의 일부를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편의상 ‘좁은 뜻의 교육분권’을 상정한다면, 시·도교육청 권한의 일부를 일선학교로 넘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협의회는 이밖에도 깊이 있게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중에는 △생애주기별 ‘스트레스 해소·힐링’ 테마형 연수 △시설업무의 효율적 조정 문제도 들어가 있다. 이에 앞서 시교육청이 교육감의 구속으로 체면을 구긴 ‘학교시설단’에 대한 조직개편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도 류혜숙 권한대행 체제가 일구어낸 참신한 성과일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조직개편이 명칭변경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류 권한대행은 6일 ‘주간 확대간부회의’에서 물탱크·정화조 청소, 방역 등 소규모 공사는 학교시설단이 아닌 일선학교장이 감당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사실 ‘소규모 공사’는 구속수감 중인 김복만 교육감이 학교시설단 신설 명분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그는 “소규모 공사를 학교장들에게 맡겼더니 비리가 만연하더라”는 이유로 학교시설단 업무에 편입시킨 바 있다.

류혜숙 대행체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울산 교육가족들에게 류 대행체제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일 수 있다. 울산 교육현장에 몹쓸 권위주의 대신 성숙한 숙의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에 류 대행은 더 한층 열정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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