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학칼럼]‘인성 교육’
[박정학칼럼]‘인성 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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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 직후 세계 최초로 인성교육진흥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된 지 2년여 동안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2016~2020)에 따라 인성교육 대상(大賞)도 주고 있지만,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성과가 미약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나는 법 제정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성은 타고 나는 것으로 이미 오염된 어른들이 자기들보다 훨씬 맑은 천사 같은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을 하겠다는 오만함부터 떨쳐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결같이 천사는 날개 달린 어린애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데서 어린애들의 인성이 가장 천사 내지 하느님에 가깝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정함을 알 수 있다. 다사함이란 언어학자는 ‘어린애가 태어나면서 하는 소리가 바로 하늘 말로서 어른들은 그 의미조차 알지 못한다’고 했다.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도 있다.

반면, 어른들은 세월호 사건을 일으켜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희생시켰고, 대통령이 제대로 할일을 하지 않는다고 탈법적 탄핵을 하여 우리 겨레를 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렇게 오염된 인성을 가진 어른들이 법을 만들고, 인성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훨씬 천사에 가까운 인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오염된 인성을 심어주겠다는 것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 기본개념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

이때, 우리 조상들의 생각은 많은 참고가 된다.

행촌 이암은 「태백진훈」에서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성품을 타고 난다. 따라서 성품을 트는 것이 교육의 근본 사상이다.”고 했다. 인성이 타고나는 것이므로 태어나기 전에 함양해야 하고, 태어난 후에도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품을 트는 것’ 즉, 깨치게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사주당 이씨가 1801년에 저술한 <태교신기>의 서문에서는 “아기가 뱃속에 들었을 때는 태교만으로도 밝고 성스러운 덕을 기를 수 있으나 태어난 이후에는 요순이라도 그 자식의 성품을 고칠 수 없으므로 태교가 중요하다.”고 했으며, 본문에서도 “의술을 잘하는 자는 아직 병들지 않았을 때 다스리고, 가르치기 잘하는 자는 태어나기 전에 가르친다. 그러므로 태어난 후 스승의 10년 가르침이 어미가 잉태하여 열 달 기름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최근에 인체 과학에서도 인간의 뇌세포 150만 개가 태아 때 다 만들어진다고 하여 인성 개발에서 태교가 매우 중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북부여 시조 해모수 단군이 세계 최초의 태교법이라 할 공양태모지법(公養胎母之法)을 선포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전하지 않지만 ‘임신 중인 태모를 잘 모셔 배 속의 아이가 보다 바른 인성을 타고 나게 만드는 것을 법으로 정해 선포할 정도로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환국시대부터 소도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소도는 깨어날 蘇, 칠할 塗로서 타고난 인성을 깨치게 했던 것임을 알 수 있고, 정명악 선생께서는 “우리나라 선조들은 충·효·예 등을 지식으로 가르치지 않고 부모가 실천으로 보여줌으로써 자식들이 보고 깨쳐서 실천하게 하는 생활교육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태교신기 제5장에도 “8세가 되면 훌륭한 스승을 선택하여 배워야 하는데 스승은 입으로써 가르치지 않고 몸으로써 가르쳐 아동들이 보고 감동하게 감화시키는 것이 스승의 도리”라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중시했다.

따라서 인성이 오염되어 있는 어른들이 행동으로는 악을 저지르면서 입으로만 그럴듯한 말로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학생들의 인성을 바로 잡는 길이 아니라 더 나쁘게 할 수 있다. 먼저 인성에 대해 바로 알고, ‘결혼 전 부부교육과 태교를 의무교육으로 강화’하며, 인성이 많이 오염된 어른들은 사회에서 축출하는 모범을 보여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행동으로부터 자신의 타고난 인성을 깨우치게 해야 한다.

박정학 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전 강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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