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원로의 쓴소리
현대차 노조 원로의 쓴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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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과 쓴맛의 철학적인 차이는 ‘각성’에 있다. 단맛은 취하게 하지만 쓴맛은 깨운다. 단맛은 달콤해서 취한다. 하지만 쓴맛은 쓰기 때문에 확 깬다. 쓰다 보니 그 후로는 될 수 있는 한 안 먹고 싶어진다. 결국 행동의 변화는 쓴맛이 일으킨다.

최근 울산 노동계에서는 현대차 노조 한 원로의 쓴 소리가 화제다. 주인공은 바로 이상범 전 노조위원장으로 그는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을 주도한 1세대 노동운동가다. 2대 노조위원장(1989~1990년)을 지낼 당시 임단협 결렬로 21일간의 파업을 주도했고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투쟁도 처음 실행한 대표적 활동가인 셈.

그런 그가 2015년 2월 다녀온 독일 금속노조와 중국·러시아·체코의 현대차 해외공장 견학 보고서를 자기반성식의 글로 담아 올리면서 노조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골자는 이거다. 그는 러시아 공장의 높은 생산성과 품질수준을 언급한 뒤 국내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의 경영권 개입과 해외공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지적했다.

또 노조결성의 자유가 보장돼 있지만 노조 결성보다는 생산성과 품질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러시아 공장 상황을 제시하며 “우리도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야지만 미래가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단맛이 감언이설이라면 쓴맛은 쓴소리다. 쓴소리 역시 듣는 이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쓰기 때문. 이 전 노조위원장의 쓴소리 이후 “옳은 말”이라거나 “할 말을 했네”라는 반응을 개인적으로 많이 접했다. 반면 노조 내부에서는 “배신자”라고 매도하는 이들이 더 많다고 한다.

허나 노조의 힘이 세지면서 국내공장이 해외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턱없이 떨어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한 마디로 배가 부른 셈. 바로 힘이라는 단맛에 취한 거다. 사실 쓴 소리는 쓴 맛 전(前)에 존재한다. 귀를 열고 쓴 소리를 받아들이면 쓴 맛을 안 볼 수도 있다는 말씀. ‘쓴 소리’조차 못 듣는 현대차 노조가 만약 구조조정까지 겪었던 현대중공업처럼 진짜 ‘쓴 맛’을 보게 된다면, 그 때도 이상범 전 노조위원장을 향해 “배신자”라고 할 텐가.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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