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모은 동전’이 전하는 메시지
‘40년 모은 동전’이 전하는 메시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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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을 몰래 베푸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삭막하지가 않다. 몰래 선행을 베푸는 행위를 두고 기독교 신자들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 1∼4절’을 곧잘 인용한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숭고한 가르침이 녹아있는 대목이다. 그런 일이 최근 울산 북구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북구는 6일, 한 익명의 기부자가 40년 동안 저금통 200여 개에 모은 동전 5천여만 원을 북구교육진흥재단에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이 익명의 기부자는 지난달 중순 북구 자치행정과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혔고, 지금까지 모은 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어디든 어려운 사람들에게 쓰였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북구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부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40여 년 전부터 동전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동안 기부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북구 공무원의 주선으로 북구교육진흥재단에 기탁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특별히 눈여겨볼 것이 있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과 같은 개인정보가 일절 알려지지 않기를 끝까지 원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 것이다.

‘마태복음 23장 23절’에는 예수가 ‘외식하는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향해 “화 있을진저!”라고 꾸짖는(저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외식(外飾)’이란 문자 그대로 겉만 그럴싸하게 꾸미는 위선(僞善)행위를 가리킨다.

머잖아 추운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예년처럼 이름 있는 사회복지시설을 무리지어 찾아가 사진 찍히기를 즐기는 ‘외식하는 자’들이 적잖이 나타날 것이다. 익명 기부자의 ‘40년 모은 동전’에 얽힌 일화를 그런 분들에게 꼭 들려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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