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의 다짐
새내기 공무원의 다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6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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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사회복지 실습생으로 민관합동 사례회의를 참관한 적이 있었다. 복지민원의 사례를 두고 민과 관이 한 마음이 되어 복지혜택을 주기 위한 기관간의 자원 연계 등의 문제로 열띤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그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회복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 사례회의는 3시간에 걸친 긴 회의였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행되는 그 과정들은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또 사례 하나하나가 본인들의 일인 것처럼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그날 나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올해, 나는 마침내 울산광역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합격을 했고, 지난 8월 14일 복산1동 주민센터로 첫 발령을 받았다.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의 첫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가정방문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공무원으로서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했지만 가정방문은 실습 때 많이 나갔던 터라 다행히 떨지는 않았다. 가정방문을 위해 나간 집은 지도를 가지고 갔지만 찾는 게 어려워 그 주변에서 미로처럼 빙글빙글 한참을 헤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은 그 집은 어쩐 일인지 사람의 인기척이 없었다. 한참동안 이름을 부르고 문을 두드리다가 돌아서려는 찰나에 문이 열렸고 힘없이 서있는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안부를 물은 뒤 어르신의 근황과 어려움을 들으려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선배공무원을 지켜보는 사이 그 대화의 기술에 놀라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런 기술은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날 가정방문을 통해 사회복지 공무원에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관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습생으로 나갔을 때 나는 긴장감으로 아무 말도 못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했었다. 그러나 선배는 끊임없는 질문과 애정 어린 관심으로 어르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기어이 파악해 냈고, 나는 그런 선배에게서 경이로움마저 느끼고 있었다. 또 그날의 가정방문은 나에게 책임감과 더불어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우리 동은 현재 재개발 지역으로 많은 주민들이 이사를 갔거나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어서 내가 첫 발령을 받자마자 주거 관련 민원들이 밀물처럼 쏟아졌다. 수많은 안타까운 사연들을 뒤로하고 주거 민원은 일부 조건에 해당되는 분들만 LH주택공사와 연계시키는 정도일 뿐 동에서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중구청에서 ‘한 부모 가정’에 보증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동은 모자가정에서 1건, 부자가정에서 1건 신청이 들어왔다. 공무원으로서 직접 실태조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다.

상담은 생각보다 순조롭지 않았지만 실태조사는 무사히 끝났고, 다행히 두 분은 보증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민원인께서는 “너무 고맙다, 그동안 고생했다”며 감사의 말씀을 해주셨는데, 힘들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분들의 감사의 말은 지치고 속상했던 나에게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되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지 커다란 지표가 생긴 기분이었다.

사실 그 일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고 작은 일에 불과했지만 그분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아주 큰일이었다. 이 일을 겪어보니 앞으로 어떤 사소한 일도 쉽게 지나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큰 폭풍을 만들듯이 나의 작은 힘이 모여 세상이 좀 더 따뜻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사회복지공무원이 될 것을 다짐해본다.

김현정 울산시 중구 복산1동주민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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