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주취소란’ 처벌수위 높여야
‘지속적 주취소란’ 처벌수위 높여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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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신고출동’을 자주 하게 된다. 신고 중에서도 야간에 가장 많은 것은 주취자(酒醉者)에 대한 신고다. 하지만 그 뒤처리 과정이 결코 수월하지만은 않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힘껏 흔들어 깨운 뒤 정신 차리게 하는 일부터가 속된 말로 ‘장난이 아니다’. 주취자는 자신을 억지로 깨운 경찰관을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며 욕설은 기본이고 시비를 걸어올 때가 많다. 진땀을 흘리며 상황을 설명하고 겨우 달래 제 발로 걸어가는 것을 확인하거나 순찰차에 태워 집에 안전하게 데려다주고 나면 얼마 안 있어 또 다른 곳에 주취자가 누워있다는 신고를 받고 다시 출동해야 하는 일이 예사로 일어난다.

이런 주취자 신고로 인해 정작 다급한 112신고가 들어와도 가까이에 출동할 순찰차가 없어서 지연출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한마디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경찰의 도움이 절실했던 다른 주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스스로 귀가하는 주취자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택시 승객이 술에 취해 못 깨어난다는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적이 있다. 거주지인 아파트단지에 도착한 뒤에도 택시 안에서 계속 골아 떨어져 있던 주취자를 깨운 다음 ‘택시비를 내고 집으로 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술에 취한 이 승객은 택시기사에게 괜히 시비를 걸고 고함을 질러댔고 그 바람에 아파트 주민들이 놀라 밖으로 뛰쳐나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처럼 귀가시키는 과정에 일어난 소란행위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경찰관들은 주취자가 이렇게 소란을 피워도 체포는 엄두 밖이고 ‘도대체 뭐 하느냐’는 주민들의 핀잔을 옆에서 들어야만 한다.

현행 경범죄처벌법대로 하면 음식점·편의점·공원·길거리 등 일반 공공장소에서 음주소란 행위를 하면 5만원의 범칙금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체포 등 다른 제재 수단은 없다. 술에 취해 계속 소란을 피워도 법적으로는 범칙금 발부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체포가 가능한 경우는 신분증 제시를 거부해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뿐이다.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현장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난동을 부리는 주취자를 제지 또는 체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영국, 미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있는 것 자체가 범죄로서 체포 사유에 해당한다. 술집에서 술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파는 행위도 처벌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는 이 같은 처벌 방식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에서는 지속적 음주소란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해 해 경범죄처벌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관공서 주취소란의 경우 현행 경범죄처벌법은 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처벌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공공장소에서 경찰의 중지 요구에도 불응하고 상당한 시간 동안 주취소란 행위를 계속할 경우 주거불명이 아니더라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려는 것이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법안 발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취소란 행위로 더 이상 선의의 피해를 입는 주민들이 없도록 경범죄처벌법이 조속히 개정되었으면 한다.

지철환 동부경찰서 서부파출소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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