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봉함’ 현대중공업 진수의 의미
‘노적봉함’ 현대중공업 진수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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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군의 차세대 주력 상륙함인 4천900t급 ‘노적봉함’의 진수식이 2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거행됐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과 김판규 해군참모차장도 참여한 이날 진수식은 우리 국민, 그리고 울산시민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본란에서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중요한 두 가지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를 느낀다. 참고로 ‘노적봉함’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108일간 머물며 항전 의지를 불태웠던 목포 유달산 ‘노적봉’에서 따온 이름이다.

첫째, 노적봉함은 단점이 드러난 ‘고준봉급’ 상륙함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된 천왕봉급 네 번째 상륙함(4번함)이자 유사시 무적 해병을 태우고 상륙작전의 선봉에 나설 최신예 함정이어서 노적봉함의 진수는 우리 군의 전력 현대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노적봉함의 진수로 우리 해군은 부족한 해병대 상륙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키면서 현대적 상륙 개념인 ‘초수평선 상륙’을 더욱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말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 이날 진수식에서 전제국 방위사업청장이 “노적봉함이 전력화되면 육해공군의 합동작전을 통한 대규모 상륙작전이 가능해 우리 군의 공격과 방어 능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길이 127m, 최대속력 23노트(약 40㎞/h)의 위용과 성능을 자랑하는 노적봉함은 평소엔 승조원 120여명이 탑승하지만 유사시엔 완전무장 상륙군 300여명과 고속상륙주정(LCM), 전차, 상륙돌격장갑차(KAAV)까지 탑재하고 상륙기동헬기 2대도 이·착륙시킬 수 있다. 인수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11월 해군에 인도되고, 전력화 과정을 마친 후 2019년에는 실전배치가 가능하다.

종류로 따지면 노적봉함은 LPD로 분류된다. 즉 ‘Landing Platform Dock’란 뜻으로, 대량의 병력 수송과 원거리 상륙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노적봉함은 이밖에도 특기할 점이 적지 않다. 평시에는 기지와 도서에 대한 병력·장비·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하지만 국지분쟁이 일어나면 신속대응 전력을 수송하고, 필요시엔 유엔평화유지군(PKO) 등의 국제협력 활동을 지원하며, 재해·재난 구호 등 비군사적·인도주의적 작전도 함께 수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전시·평시를 안 가리고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는 얘기다.

둘째, 노적봉함의 진수는 사상최악의 수주실적으로 치명타를 입고 ‘분사’라는 자구책까지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국내 조선업계의 회생에 밝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함정(초계함, 호위함, 구축함, 잠수함 등) 건조 업무를 맡고 있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특수선사업부는 이날 진수한 노적봉함을 합쳐 지금까지 함정 75척을 건조했고, 현재 1천800톤급 9번 잠수함(‘신돌석함’)을 포함해 모두 8척의 함정을 건조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획기적 부흥이 이 정도만으론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사정은 강습상륙함, 고속정, 고속함 건조 허가가 나 있는 한진중공업 또는 대우해양조선 등 다른 조선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현 시점에 필요한 것은 정부의 통 큰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방위산업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체들이 더 많은 양의 방위산업물자를 생산할 수 있게 해서 회생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작전권을 미국으로부터 서둘러 환수하기 위한 내부적 전제조건으로 우리 군의 자체전력 증강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지난 9월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는 “전작권 환수는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체질과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고, 그 로드맵 중에는 ‘군 전력 증강’이 필요충분조건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 말을 받들어 국방부 관계자는 “당초 2020년대 중반을 목표로 전작권 환수를 추진해 왔지만 3~4년은 더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를 위해 킬 체인(Kill Chain) 등 ‘한국형 3축 체계’ 조기 구축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시기적으로 절묘하게도, 자주국방의 기틀이 되는 방위산업 증강과 조선업계 회생은 ‘동전의 안팎’이나 다름없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바로 그런 시점에 최신예 상륙함 노적봉함이 진수의 고동을, 그것도 ‘세계 최대의 조선업체’라는 자긍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울렸다는 것은 의미가 여간 크지 않다. 정부는 국가의 체통을 걸고 강력히 추진하는 전시작전권의 조기 환수와 자주국방의 조기 실현을 위해서라도 하늘이 준 방위산업 육성의 기회를 부디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조선업 회생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일자리 창출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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