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사, 역발상을 배워라
현대차노사, 역발상을 배워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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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생존(適者生存)은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생각이 잘 담긴 말이다. 강한 자도 아니고 똑똑한 자도 아닌 ‘적응력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생존법칙을 의미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제 아무리 강한 국가, 기업, 개인도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려준다. 세상사에는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생명을 지속하는 개체가 있는가 하면, 변화에 둔감해 사라진 개체도 있다.

개미는 환경이 변화하면 그 환경에 맞춰서 변화하는 대표적 존재이다. 개미는 자신이 약한 것을 알고서 바뀐 환경에 맞춰서 자신을 바꾼다. 모래에서 살던 개미를 책상위로 옮기면 책상환경에 맞춰 생존한다고 한다. 에스키모인들은 들개를 사냥할 때 날카로운 창에 동물의 피를 발라 들판에 세워둔다. 들개는 동물의 피를 핥다가 추운 날씨에 혀가 마비되고 피가 나도 누구의 피인지 모르고 계속 창끝을 핥다가 죽음을 맞는다. 타성에 젖은 나머지 죽고 만다는 이치를 일깨워주는 대조적 사례이다.

환경(상황)이 변하고 있는데도 과거의 동일한 방법에 얽매어 전진하지 못하는 것은 미래를 위험하게 만들 뿐이다. 기업에도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돼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되고 만다. 한 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석권했던 노키아와 세계 최대 장난감 업체 토이저러스의 침몰을 보면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나는 힘이 센 강자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성공 비결이다. Change(변화)의 g를 c로 바꿔보라. Chance(기회)가 되지 않는가” 빌 게이츠를 세계적 기업가로 이끈 원동력이다. 지극히 사소한 사고의 전환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 성장을 견인한다는 사실을 ‘g→c’가 보여준다. 수요공급이론을 창시한 앨프리드 마셜은 아무리 공급자들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환경(수요)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된다고 했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자의 딜레마>에서 다수의 세계적 우량기업이 달콤한 관성의 틀에 갇힌 나머지 파괴적 혁신을 이루지 못해 시장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의 필요성이 국내 자동차업계, 특히 현대차에 절실하게 다가온다. 많은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노키아의 행보를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한다. 현대차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강점의 실종’과 ‘미래 변화에 대한 둔감’.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로 승부하던 전략이 흔들리면서 영업이익의 추락을 맛보고 있다. 특히 높은 인건비 부담은 가성비 승부수가 타격을 받은 핵심 원인이다. 그런데도 노조는 매년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등 강경노선을 접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생존은 결국 미래 자동차산업 트렌드에 얼마나 충실 하느냐이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현대차의 노력은 열세를 반전시킬 정도로 인상적이거나 활발하지 못하다. 최근 前 노조위원장이 노조와 조합원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언을 쏟아낸 것은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 내부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는 외침이다.

얼마 전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 재상견례를 가졌다. 여전히 노조의 최우선 요구사항은 기득권 고수이다.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 회사 경영환경 등 현실 흐름을 인지하지 못한 채 노조가 관성의 틀에 안주해 변화에 동승하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쾌속질주는 기대하기 힘들다. 새 노조 집행부가 노조의 불합리한 부분을 과감히 도려내고 노사가 발전하는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

진출 5년여 만에 중국시장에서 생산과 판매 100만대를 돌파한 것을 보더라도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노사를 불문하고 ‘변화’를 적극 끌어안고 ‘기회’의 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번 교섭이 현대차 변화의 시발점이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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