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돌에 돌아본 종교개혁의 의미
500돌에 돌아본 종교개혁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1.01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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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독일의 신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1517년 이날 이른바 ‘종교개혁’을 일으킨 지 5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국내 기독교 계통 언론들은 ‘동아시아 최대 개신교 국가’인 한국의 기독교계가 떠들썩하지 않고 아주 조용하게 이날을 맞이했다고 전한다. 유럽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본고장인 독일에선 10년 전부터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돼온 가운데 이날 메르켈 독일 총리가 종교개혁의 본거지인 비텐베르크 성채교회를 찾아간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한국의 ‘루터교’는 존재감 자체가 미미하다 보니 심드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루터대 신학과에서 1년에 학생 4명만 받아들이는 현실이나 ‘천연기념물 수준’이라고 빗대는 표현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권재현 종교전문기자는 최근 나름대로의 자료를 근거로 ‘한국 개신교인 860만 명 가운데 약 70%인 600만 명이 장로교를 믿는다’고 전했다. 한국 개신교 신도 10명 중 7명이 장로교 신자라는 얘기다. 참고로 최근에 나온 ‘루터의 재발견’에 따르면 전 세계 개신교 신도는 8억~9억 명으로 추산되고 그중 신도가 가장 많은 교파는 영국에서 시작된 성공회와 침례교 그리고 독일에서 시작된 루터교, 이 셋으로 각각 1억 명 안팎의 신도를 자랑한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 ‘최다’를 자랑하는 장로교 신도는 전 세계 통틀어 1천800만 명, 즉 전체 개신교 신자의 4%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째든 교세로 비교할 때 한국 교회에선 ‘루터’보다 장로교를 일으킨 프랑스의 종교개혁가 ‘칼뱅’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지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렇다고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들리는 자성의 목소리에 애써 귀를 막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루터의 재발견’ 저자인 중앙루터교회(서울 중구 후암동) 최주훈 담임목사는 한국 교회가 망각한 루터의 세 가지 메시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질문하라, 저항하라, 소통하라’라는 메시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른 한편 ‘작은 교회’의 소중함과 그 소명의식에 귀 기울이려는 움직임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더욱 활기를 띠는 느낌이다. 초교파 개신교 모임 ‘생명평화마당’의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는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심에 큰 건물을 짓고 수천 명의 신도를 거느린 대형 교회는 전체의 2∼3%에 불과하며, 70% 이상이 구성원 200명 미만의 작은 교회”라며 ‘작은 교회 운동’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이어 “남보다 크고 강하고자 하는 자는 결코 평화를 만들 수 없다”며 “한국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 모두가 성직자라는 자세로 살고 ‘성장’보다 ‘성숙’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방 목사의 지적과 조언은 우리 울산 개신교계에도 두루 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울산의 몇몇 교회는 교회건물의 외양을 중시하고 ‘전도’를 구실삼아 신도 불리기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같은 교단의 ‘작은 교회’를 선심 쓰듯 돌보는 척하는 모양새 내기에 급급한 감이 없지 않다. 굳이 칼뱅이나 루터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가 2017년 오늘 이 땅 울산에 강림하신다면 어떤 불호령을 내리실 것인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크고 작은 모든 교회들이 ‘물질주의’와 ‘개교회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초대교회’ 신도들의 순수 그대로의 신앙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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