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나무 베다니 어쩌자는 건가
아까운 나무 베다니 어쩌자는 건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3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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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를 두고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을 곧잘 구사하곤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도 그 뜻이 다르지 않다. 숲을 가꾸려고 해마다 날을 잡고 숱한 예산을 들여 어린 나무를 심는 행정당국이 한쪽 눈을 가린 채 도로공사를 빌미로 잘 자란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있으니 한심하고 기가 찬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본지 취재진에 따르면 도로공사를 이유로 수십 년생 나무 수천 그루를 베어낸 곳은 남구 선암호수공원 근처 야산이다. 취재기자는 “수십 년생 소나무와 편백나무들이 우거졌던 이곳이 빈터가 돼버렸다. 곳곳에는 나무들이 잘라져 나간 흔적들이 보였고, 산비탈을 따라 나무들이 사라져 민둥산이 된 모습이었다”고 을씨년스런 광경을 묘사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했으며, 잘려나간 소나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는 말도 전했다.

기사는 이렇게 계속된다.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보니 ‘2015년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지’라는 푯말 옆에 잘려나간 나무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곳은 식목일을 기념해 지자체장을 비롯한 공무원, 자생단체장들이 함께 편백나무를 심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2년여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구잡이 벌목으로 구설수에 오른 곳은 울산시가 산업로와 남부순환도로를 최단거리로 연결하기 위해 건설 중인 ‘상개-매암 혼잡도로 공사’ 구간 중 한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취재진의 서술은 허구를 바탕에 깔고 거짓으로 증언한 것이 아니다. 울산시 관계자가 솔직히 시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묻는 말에, 산림이 도로공사를 위해 불가피하게 훼손됐다고 대답한 것이다. 질문과 답변을 종합해 보면 울산시가 너비 20m의 도로를 내기 위해 ‘울산의 허파’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자르고 만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도로공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여겨진 나무 7천 그루는 딴 곳으로 옮겨 심었으나 5천 그루는 아예 밑동만 남기고 싹둑 잘라버렸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쓸모가 없어서 그랬는가, 아니면 귀찮아서 그랬는가? 홍보용 사진까지 거창하게 찍어가며 심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고, 시민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냉정하게 잘라버릴 때의 심정은 어떠했는가? 울산시 관계자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취재진은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도 여과 없이 전했다. 그 관계자는 ‘전시행정의 표본’이라며 이런 말을 남겼다. “도로공사를 구실로 나무를 마구 베어내는 것은 산림 보호보다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울산시는 이번 ‘마구잡이 벌목’ 행위에 대해 시민들에게 진솔하고 해명하고, 이 기회에 재발 방지 대책도 동시에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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