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빠’도 알아야하는 대입 가이드
'무빠’도 알아야하는 대입 가이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3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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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1일 대입 수시전형 원서 접수가 시작됐는데, 벌써 1차 합격자 발표가 속속 들리고 있다. 그런데 자녀의 수시 1차 합격 소식을 듣고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정쩡하게 “어, 그래” 혹은 “알았어” 정도로만 얼버무리는 까막눈 아버지가 주변에 의외로 많다. 예비고사 세대인 필자도 물론 대입 원서라는 걸 썼다. 전기·후기·전문대 이렇게 딱 세 번의 기회가 전부였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6일)도 얼마 안 남았다. 그간 자녀 교육에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아빠(일명 ‘무빠’)들은 부쩍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시기다. 아이 교육은 통상적으로 엄마가 전담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이른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3대 조건’이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빠의 무관심라고 한다니 이해가 간다.

요즘 대학 입시는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이 나뉘며, 내년 대학 신입생의 74%는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정시보다 수시로 선발하는 인원이 훨씬 많다. 수시전형에서 가장 주된 전형 요소는 ‘수능 점수’가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의 내용’이다. 수시전형 지원자에게 수능 점수는 아예 필요 없거나, 일부 과목 등급만 필요하다. 수시 합격에 필요한 수능의 일부 과목 등급을 일컬어 ‘수능최저학력기준’이라고 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수시 1차와 2차 합격자에게 마지막 관문 역할을 한다.

수시전형에서 원서는 총 6장까지 쓸 수 있다. 즉, 6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지만, 보통 자신의 현재 실력보다 좀 높지만 꼭 가고 싶은 대학 두세 곳에도 원서를 쓴다. 나머지는 자신의 실력에 맞춰서 적절히 안배해 지원한다. 수시전형은 전체적으로 2차 혹은 3차에 걸쳐 진행된다. 1차는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등 제출한 서류만으로 합격자를 추린다. 통상적으로 최종 합격자의 5배 내지 2배를 선발한다. 그러니 ‘1차 합격’은 엄밀히 ‘합격’보다 ‘예선 통과’ 정도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수시 2차는 대학별·전형별로 다르다. 대개는 면접 또는 논술 등이 진행된다. 이 2차 시험이 수시의 ‘본선’ 격이라 일부 대학은 2차까지만 보고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도 한다. 이때는 1차 서류 점수와 2차 면접 또는 논술 점수가 합산되어 최종 합격자를 정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몇몇 대학들은 3단계 관문을 하나 더 넘어야 최종 합격이 가능하다. 바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다. 예를 들면 ‘수능 4개 영역 중 2개 영역 이상 2등급’과 같은 조건을 붙여놓는 것이다. 2차까지 합격했다 해도, 수능 점수가 이 조건에 충족되지 않으면 결국 불합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간 입시 환경은 상전벽해(桑田碧海) 수준으로 달라졌다. 예전의 대학 정원보다 무려 절반이 줄었다. 학령인구가 줄었으니, 대학 정원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수시모집 지원 기회는 여섯 번으로 늘어났다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 문이 훨씬 좁아진 셈이다.

또, 대학의 순위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학력고사 0.1점 차이로도 대학의 서열이 확연히 갈렸지만, 지금은 입시 전형이 워낙 다양해 획일화된 잣대가 없어졌다. 부모들의 로망인 ‘SKY’란 단어가 원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3곳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였다지만 지금은 ‘서울·경기·인천’의 준말로도 통용된다.

대학 정원 축소, 달라진 대학의 위상 등 입시 환경 변화를 고려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무관심 아빠’(무빠)들이 없었으면 한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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