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리]태화강 습격 시작한 가시박·돼지풀들
[생명의 소리]태화강 습격 시작한 가시박·돼지풀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30 1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태화강에는 가시박,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 교란 식물들의 점령이 시작됐다. 작년 차바 태풍 이후 생겨난 현상이다. 내년 봄 빠른 제거가 필요하다.

상북면 거리마을 인근에 있던 단풍잎돼지풀과 돼지풀, 그리고 농공단지 주변에 있던 돼지풀들이 큰 비에 하류 쪽으로 휩쓸려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태화강 제방 공사 이후 반천리 아파트단지 인근에도 단풍잎돼지풀이 크게 번성하고 있다.

하류로 내려오면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주변에는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고 있는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이 흔하게 보인다. 지난여름 태화강대공원 내 화단에 번성하던 단풍잎돼지풀은 시민단체와 향토기업 봉사팀과 함께 일부라도 제거한 바 있다.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에 의해 들어왔다고 한다.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다. 처음 이 풀이 들어왔을 때 어른들은 ‘두더러기쑥, 두더기풀’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국화과 식물로 꽃가루에 독성이 있다. 7월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익을 때 즈음 근처로 가면 기침이 날 정도다. 오염된 곳의 독성이 더욱 강하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코로 들어가게 되면 비염과 천식, 아토피 피부염까지 일으키는 주범이다. 보이는 대로 뽑아내야 한다. 일본에서 가져온 이름인 ‘돼지풀’보다는 ‘두더기쑥’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시민들도 나쁜 식물임을 알고 생활 속에서 퇴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 이전에는 태화강에서 보기 힘들었던 식물이다.

쑥과 비슷한 돼지풀과 돼지감자(뚱단지)와 비슷한 단풍잎돼지풀은 잎이 삼지창처럼 찢어져 있는 점이 다르고 엄청 크게 자란다. 제대로 자라면 2미터도 넘게 자란다. 내년도 꽃피기 전에 시민들이 모두의 건강을 위해 나서야 할 이유이다.

사람뿐 아니라 태화강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습격하는 식물계 황소개구리도 있다. 지난 2008년 남구 삼산사 앞 대나무숲과 예전 태화루 건립공사 전에 절벽 쪽 나무들을 덮었던 가시박이다.

울산광역시와 시민단체와 기업사회 공헌활동 등으로 자취를 감출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런데 차바 태풍 이후 대암댐 여수로 아래쪽부터 해서 태화강과 동천강이 합류하는 지점과 울산항으로 가는 곳까지 나무들을 타고 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선바위공원 하천 쪽 버드나무를 덮고 있다.

구영교 위쪽 도로 옆 아까시나무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덮었다. 굴화하수종말처리장 인근 대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다. 삼호섬 대숲에도 크게 번지고 있다.

태화동 대숲 안팎으로 개체들이 보인다. 지난여름 한 차례 제거했지만 다시 번지고 있다. 내황배수장 인근 하천가 버드나무와 억새를 덮고 꽃을 피우고 있다.

여천천이 끝나는 부근 공장에서도 나무를 감고 오르고 있다. 가시박은 날씨가 추워져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가시박은 북아메리카가 고향이다. 1년에 12미터 이상 자라는 식물이다. 낙동강 상류 쪽 수박 재배 농가에서 대묘로 사용한다. 접붙이기를 하고 남은 가시박 모종을 하천변에 던져 버림으로 해서 번지기 시작했다. 예천 회룡포에 가면 강 아래쪽에는 가시박이 엄청 번지고 있다. 인근 하천도 가시박 천국이다.

이 가시박 씨앗이 낙동강에서 수로를 타고 대암댐으로 온 것으로 추정된다. 가시박은 물을 타고 오다가 흙만 있으면 정착하고 악조건 속에서도 잘 자란다.

서리가 내려도 말라죽지 않고 자란다. 얼음이 얼 정도가 되면 씨앗을 떨어뜨려서 물을 기다리게 된다. 성장속도가 빠르다보니 가까이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빛을 차단시켜 말라죽게 만들어 황소개구리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이 두 식물 이외에도 양미역취나 미국쑥부쟁이, 가시상추 등 환경부 지정 생태계 교란 식물들도 많이 들어왔다. 면밀한 조사와 퇴치를 함께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건강과 강에 서식하는 동식물에게도 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윤 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