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워리~’
‘워리~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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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개만 보면 좋지 않은 두 가지 기억이 난다. 하나는 둘째 누나가 개한테 물린 일이고, 다른 하나는 기르는 셰퍼드가 약을 잘못 먹고 죽은 일이다.

세 살 위인 둘째 누나는 현재도 단아한 모습으로 늙어간다. 특히 어릴 때는 너무 예뻐서 ‘프랑스 인형’이라 불렀다. 누나가 11살 때 혼자 과자를 사러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 가게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주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 딸이 개한테 물렸다는 것이다. 다행히 가게와 지척거리에 의원이 있어 누나를 맡겨두고 쫓아왔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따라갔다. 평소에 엄격해서 자식들이 겁을 내던 아버지였다. 누나는 아파서 울 만도한데 아버지를 바라보며 눈만 말똥거렸다. 개의 송곳니 자국이 깊었고 여러 군데 살갗이 찢어졌던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다. 의사는 침착하게 10바늘을 꿰매고 치료를 마쳤다. 57년 전의 일이었다. 그 후유증인지 68세인 요즈음도 이따금 머리가 아프고 궂은날에는 오한을 느낀다며 불편을 호소하신다.

다른 하나는 기르던 개가 안타깝게 약을 먹고 죽은 기억이다. 1967년 5월로 기억된다. ‘저먼 셰퍼드’ 종 수컷을 단독주택 대문 옆에 묶어 길렀다. 영어로 된 족보에는 부계는 잭(Jack), 모계는 브라운(brown)으로, 이름이 단카(danka)라고 적혀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일찍 일어나 개 배설물을 치우고 물을 뿌려 오줌을 씻겠다고 약속하고 개를 길렀다. 하루는 이른 아침이 되어도 단카가 움직이는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 비린내가 확 느껴졌다. 역겨움을 참으며 대문가를 바라보니 시멘트 바닥에는 거품 섞인 피가 낭자했다. 개는 누군가 던진 독약 묻힌 고기를 먹고 만 것이다. 동물병원으로 가서 위세척을 했으나 3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다. 그 날 작은 연못의 비단잉어 다섯 마리도 죽어 떠올랐다. 연못에서 고깃덩어리를 건져내고서야 사건의 전말을 추정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밤손님’이 개를 죽이는 선제적인 방법으로 고기에 독약을 넣는 일이 많았다. 50년 전의 일이었다.

요즈음 국화꽃 노란색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그만큼 향도 널리 퍼지는 계절이다. 마냥 신 날 것 같은 계절에 믿기 어려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개가 사람을 물었고, 그 결과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다. 근래 이슈 중에 자주 회자되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개한테 물려 숨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빈번하지만 개주인의 인식은 좀처럼 바꿔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개는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의 생명을 화마(火魔)로부터 구하고 끝내 목숨을 잃어 구분방(狗墳坊·개무덤) 미담의 전설로 전승되기도 한다. 어떤 개는 인명 구조견으로 근무하다 나이가 들어 은퇴했다. 어떤 개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6년간 코카인을 적발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은퇴했다. 어떤 개는 개가 주인을 의지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사람을 물어 죽여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경우도 있다. 개는 반려견이라는 미명 아래 풀어놓고 키우면 안 된다. 개한테 물린 뒤의 그 심각한 후유증은 본인도 당해봐야 진정으로 느낄 것이다. 개는 어떤 종류, 어떤 경우이든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 개보다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풀어놓은 개가 달려들어 공포의 전율을 느낄 때가 가끔씩 있다. 그럴 때마다 견주는 피해자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재빨리 목줄을 채우고는 사과는커녕 오히려 태연하게 여유로운 웃음으로 “우리 개는 안 물어요”란 말만 되풀이한다. 그런 견주의 태도를 마주할 때 순간적으로 온갖 몹쓸 생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생물은 모두 생물학적 특성을 갖고 있다. ‘게’가 옆으로 기어가듯, 개의 생물학적 특징은 물고, 뜯고, 짖는 것이다. 단언하건데 ‘물지 않는 개는 죽은 개뿐’이다.

2013년 11월 24일에는 서울대공원에서, 2015년 2월 12일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호랑이와 사자가 사육사를 물어 죽였다. 동물의 송곳니는 먹이를 사냥하거나 상대방을 제압할 때 쓰이도록 진화했다. 송곳니는 급소를 깊이 물어 단번에 죽이기 위해 발달된 사냥도구이다. 간혹 반려견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릴 때 자세히 보라. 몸집이 작든 크든 송곳니는 다른 이빨보다 예리하고 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성 낼 줄 모르는 남편과 아내는 없다.’ 다만 자제할 뿐이며, 그 쓰임이 정당할 땐 언제든지 야성을 발휘한다. 개 역시 야생성이 강한 동물이다. 옛날 개를 부를 때는 ‘도꾸’ 혹은 ‘도꾸야’로 불렀다. 개를 일컫는 영어 ‘Dog’의 우리말인 듯하다. 혹은 ‘워리∼(Worry∼)’라고도 불렀다. 의미는 ‘…을 물다’ 혹은 ‘…을 물고 흔들다’이다. 견주들이 명심해야할 대목이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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