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를 아시나요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를 아시나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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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 1월 13일 신규공무원으로서 발령을 받고 첫 출근을 한 날이었다.

인수인계를 받으며 방대한 양에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현재는 동 주민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본 지 어언 8개월이 지났기에 각종 제증명발급, 주민등록증 신규 및 재발급, 전입신고 등을 나름 척척해낸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등본과 초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고 전입신고도 한 번 해본 적 없던 25살 사회초년생이자 신규공무원이었다.

그래도 인감, 등본, 초본, 전입신고와 같은 단어들은 잘 알지는 못해도 들어 본 적은 있었지만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는 그야말로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나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생기고 있을 때 즈음 나의 전임자는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었다. “이건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제도야.”

이 제도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정부가 2012년 도입한 제도로서 인감증명제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며 행정기관이 본인이 직접 서명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민원인이 가끔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뭔가요?” 라고 물어보시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인감증명서 아시죠? 효력은 인감증명서랑 같고 인감도장이 들어가는 자리에 선생님이 직접 서명하신 이름이 들어가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인감제도를 두고 왜 또 이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 긴 이름의 제도를 만든 것일까? 주민센터에서 인감 및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 담당자로서 업무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감제도의 불편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충청도에 거주하고 있는 민원인이 급하게 인감도장을 변경해야 한다며 찾아왔다. 하지만 나는 “인감도장 변경은 거주지에서만 가능합니다.”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었다. 더불어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에 대해 설명하며 수요기관에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를 받아주는지 한번 문의해보시라고 안내해드렸지만  인감증명서가 필요하다며 홀연히 자리를 떠나셨다.

인감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본인의 거주지 읍·면·동에서 사전에 도장을 등록해야 하고 변경 또한 거주지 읍·면·동에서만 가능하다.

거주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급하게 인감도장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얼마나 난감할까. 그렇다면 인감도장은 왜 거주지에서만 변경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 이유는 인감대장은 아직 수기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감 신고인이 다른 읍·면·동으로 주소를 옮길 시에 담당자가 인감대장을 해당 지역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민원인의 편의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감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100년 넘게 사용해 온 인감제도를 당장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인간증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인감증명을 고집하는 수요기관의 행태 등은 본인서명 사실확인서 사용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본인서명사실확인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이를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더 쉽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정부 차원에서 법무사나 금융기관 등 인감을 수용하는 각종 단체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다. 혹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오세요.”라는 말을 들으시게 된다면 이렇게 반문해주길. “본인서명사실확인서는 안 되나요?”

유지원  중구 반구2동 주민센터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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