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그들만의 리그
현대차 노조, 그들만의 리그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10.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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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울산 북구 문화회관 2층 대강당. 이곳에서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의 임시 대의원 대회가 열렸다. 7대 하부영 집행부 출범 후 첫 임시 대의원 대회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경과보고와 함께 교섭위원 및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위원 교체의 건이 주된 안건이었다. 지난 달 노조 집행부 선거로 중단됐던 올해 임단협의 교섭재개를 앞두고 당연히 거쳐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임단협이 아니었다.

사단(事斷)이 난 건 교섭위원 교체를 거쳐 두 번째 안건인 중앙쟁대위원 교체 건을 막 다룰 때였다. 1공장 한 대의원이 신상발언을 요청했고, 그의 입에서는 난데없이 판매 노조 의장에 대한 공격성 발언이 쏟아졌다. 골자는 올 상반기 출시한 소형 SUV ‘코나’ 생산 관련 1공장 노사협의 과정에서 지난 4월 판매노조가 신차 출시일정 준수를 촉구하며 울산공장을 방문해 본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관련 홍보물을 뿌린 것에 대해 징계를 요구한 것이다.

당시 코나는 현대차의 경영실적을 개선하고 급성장하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전략 차종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노사협의에서 노조가 일종의 자동화 공정 도입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답보상태를 보였고, 이에 출시가 늦어질 것을 걱정한 판매노조는 제때 출시를 촉구하게 됐던 것.

하지만 1공장 노조는 이날 대회에서 그것이 “반노동자적 행위”라며 쟁대위원인 판매노조 의장의 교체까지 요구했다. 이에 판매노조 대의원들은 당연히 발끈했고, 결국 이날 대회는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한다.
익명의 한 대의원으로부터 이날 일을 세세히 듣다보니 현대차 1공장 노조가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생산’과 ‘판매’로 이어지는 기업 활동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지면 관계상 이날 대의원 대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세세히 밝히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쉽지만 골자는 결국 이거다. 판매노조의 주장은 “가뜩이나 업계 불황으로 신차가 나와도 판매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출시까지 늦어지면 되겠냐”는 것이었고, 반면 1공장 노조는 “왜 회사 편을 드느냐”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좀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건 판매노조 쪽이다.

생산은 판매를 위해 존재한다. 기업이 제품만 생산해놓으면 뭐하냐. 엿 바꿔먹을 건가. 판매를 해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또 생산을 하지. 신제품도 개발하고. 생산의 목적은 결국 판매고, 판매실적은 곧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기 마련이다. 지난 4월 판매 노조의 코나 출시 일정 준수 촉구에는 바로 이런 마인드가 담겨있는 게 아니겠는가.

실제로 판매노조 의장은 이날 대회에서  “현재 현대차는 신차가 나오더라도 판매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그래서 지난 4월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읍소하기 위해 간 것”이라며 1공장 노조의 이해를 수차례 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공장 노조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1공장 노조는 현대자동차라는 기업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현대차가 쓰러지면 1공장 노조도 사라진다. 또 현대차의 목적은 노동운동이 아니다. 기업이니 만큼 바로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아울러 노사관계의 목적도 대립이 아닌 협력이다.”라고.
이상길  취재 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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