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동상이몽(同床異夢)’
중국과 일본의 ‘동상이몽(同床異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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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드 보복을 하는 진짜 이유는 한국을 경쟁상대로 보기 때문이고,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핵을 보유한 통일한국의 출현이란 생각이다. 이처럼 지리적 인접국가인 강대국들의 생각은 겉으로는 같이 행동(行動)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 생각을 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 상태다.

먼저 중국이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보복 조치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경제적 요인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진 이래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를 수입해 조립한 후 완제품을 수출하는 교역 구조가 형성되면서 양국 모두 이 같은 방식으로 큰 이익을 봤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일본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일 수 있었고, 중국은 한국의 저렴하고 품질 좋은 부품, 소재, 장비 등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호보완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2015년 양국 무역액은 2천274억 달러(약 250조원)에 달했고, 양국 모두 상대국에 중요한 무역·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교역 상대국이 됐고, 이는 미국과 일본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비중이다. 한국은 또한 대중국 투자 국가 중 5위 안에 들어가는 국가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향상하면서 이제 이러한 윈-윈(Win-Win) 관계는 강력한 경쟁 관계로 변질했다. 중국의 IT, 가전 분야 기업은 이미 한국 기업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양국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기회’가 아닌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일본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핵을 보유한 통일한국의 출현이다. 최근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일본 정부 고위직 관계자는 ‘일본에 있어 한반도는 늘 다모클레스의 칼’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모클레스의 칼’은 고대 그리스 디오니시우스 왕이 신하 다모클레스가 권력을 부러워하자 왕좌에 앉아 볼 것을 권했고, 막상 자리에 앉자 그의 천장에는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이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주로 위태로운 상황을 뜻하는 말로 자주 사용됐다. 1961년 9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강조할 때 언급하면서 유명해졌다.

산케이신문은 북한의 유사 사태 발생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두려운 것은 핵을 보유한 통일한국이 친(親) 중국 성향으로 돌아서고 이에 따라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일본의 방위라인이 현재 휴전선에서 한·일 접경 해상인 쓰시마 해협까지 남하한다는 것이다. 또 핵을 보유한 통일한국이 핵을 무기로 북한에 대한 일제강점기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으로 청구권 문제를 해결했지만, 북한과 일본 사이에는 아직 국교가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중·러 등 한반도와 관계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핵을 보유한 통일 한국의 출현은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하지만 북핵 문제가 아시아 지역에 신(新) 냉전 관계를 형성했다. 한·중, 한·일 관계는 그 신 냉전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사이에는 더 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잊지 말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신영조 시사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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