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결정, 숙의 민주주의의 첫 성과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결정, 숙의 민주주의의 첫 성과
  • 윤왕근 기자
  • 승인 2017.10.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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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p 차 건설재개 결정...24일 국무회의서 의결

‘19%p’

그동안 울산을 비롯한 전국 초미의 관심사였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여부의 향방을 가른 시민참여단의 최종 공론조사 포인트 차이다.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현재 공사가 일시중단 중인 신고리 5,6호기에 대해 건설을 재개하도록 하는 정책결정을 정부에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의 최종 4차 공론조사 결과 건설재개는 59.5%, 중단은 40.5%로 나타났다. 19%p 차이로 ‘건설재개’로 결론난 것이다. 발표 직후 원전 인접 지역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 등 건설재개 측은 환영의 입장을, 중단 측은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례 없던 시민 참여 공론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결정은 국민이 직접 가부를 선택했기에 더 의미 있었고 양측 모두에게 ‘아프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대체적이다.

◇울산 건설재개비율 높고 20·30대 증가폭 컸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에 따르면 조사회차가 거듭될 수록 건설재개 비율이 높아졌으며 모든 연령대에서 건설재개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20대·30대의 경우 증가 폭이 더 컸으며, 지역별로 보면 논란의 진앙지인 울산은 건설재개 비율이 중단 비율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 결과를 보면 원전이 위치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시민참여단은 건설재개가 64.7%로, 중단(35.3%)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수도권은 전국 평균과 유사한 경향을, 호남지역은 건설중단(54.9%)이 재개(45.1%)보다 높았다. 연령대로 보면 지난 1차 조사에서 20대·30대·40대는 건설중단 의견이 더 많고, 50대·60대는 건설재개 의견이 더 많았지만 3차 조사에서는 30대·40대만 건설중단 의견이 더 많았고, 최종 4차 조사에서는 30대마저 건설재개로 뒤집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끝까지 건설중단 의견이 많은 연령대는 40대뿐이었다는 것과, ‘미래세대’가 건설재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20대의 경우 1차에서 53.3%였던 판단유보 의견이 4차에서는 5.2%로 급격히 줄며 ‘건설재개’를 선택했다. 이는 시민참여단이 2박 3일 종합토론회에서 건설재개 측의 논리에 마음이 더 기울었음을 보여준다.

종합토론회에서 건설재개 측은 안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원전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원전을 짓지 않는다고 당장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아니라 가스발전소로 대체하게 된다. 재생에너지에 매년 2조 원이 넘는 보조금이 들어간다”는 논리를 폈던 바 있다.

◇원전 건설현장 ‘희망의 적막’

공론화위의 건설재개 권고 발표의 후폭풍이 지난 주말, 원전일대는 건설 중단 직후와 다름없이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출근하는 현장 근로자들이나 지역주민들의 눈빛에서 분명 사뭇 다른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출근한 800∼900명의 근로자들은 공사가 중단된 7월부터 현장 유지·관리 위주의 작업만 하고 있다. 비 예보가 있으면 배수로 등을 정비하고, 자재·장비가 녹슬지 않도록 관리하는 등의 필수 작업이다.

이들은 이날도 평소처럼 현장 유지 관리 위주의 작업을 했지만, 작업 분위기는 공사중단 기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전날 공론화위의 발표를 접한 근로자들은 곧 본격적인 공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안도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 원전 시공업체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건설재개 발표를 하면 공사를 위한 사전작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철근이 녹슬지 않도록 발라놓은 시멘트 풀이나 시설물 덮개 제거 등의 작업에만 1개월가량 소요되고, 공사 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점검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아직 본격적인 공사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건설재개 권고 발표로 근로자들 모두 힘이 나는 듯하다”면서 “아침에 다 같이 모여 안전체조를 할 때도 얼굴에 웃음을 띠며 좋아하는 근로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신고리 현장 주변의 주민과 상인들도 모처럼 편안한 주말을 보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공사중단 결정 이후 3개월여 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도 5·6호기 현장으로 진입하는 교차로에는 주민들이 내건 ‘신고리 예정대로 건설하라’ ‘대책 없는 원전정책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지만, 집회는 없었다.

더불어 공론화위의 건설재개 권고 결정을 환영하는 현수막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상대 신고리 중단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원장은 “(권고안 발표에도)아직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남았기에 침착하고 신중하려고 한다”면서 “(건설재개 결정이)어떤 싸움에서 이긴 것도 아니고 여전히 신고리 건설은 반대하시는 국민도 적지 않기 때문에,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그분들을 설득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론화위의 ‘건설재개’ 결정을 24일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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