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쓰레기더미 집' 할아버지의 사연...“쓰레기 밑에 세간 다 깔렸다”
울산 동구 '쓰레기더미 집' 할아버지의 사연...“쓰레기 밑에 세간 다 깔렸다”
  • 성봉석 기자
  • 승인 2017.10.22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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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는 생계·쓰레기는 ‘억울’
집주인, 주차장 지으며 피해
허락없이 가옥 일부 훼손도
“뭣 땜에 그러는 디!”

지난 20일 동구 일산해수욕장의 한 편의점 앞에서 만난 김중배(가명) 할아버지는 인터뷰 요청에 잔뜩 경계심을 보였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11일 본보가 보도한 ‘쓰레기더미 집’의 주인공이다.

당시 일산해수욕장 주변 한 사유지에 쌓인 쓰레기 더미와 풀려있는 개들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하는 과정에서 쓰레기더미에 둘러싸인 허름한 집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 할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됐다.

당시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폐지를 줍고, 어두컴컴한 밤이 돼서야 집으로 들어와 잠을 잔다고 했다. 이에 지난 20일 일산해수욕장을 재차 방문해 근처 편의점들을 돌며 수소문한 결과 기다림 끝에 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집에 사시는 분이 맞냐’는 질문에 김 할아버지는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으로 “내가 거기서 잠을 자는 건 맞는데 거기선 잠만 잘 뿐이여”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 할아버지는 쓰레기 더미에 대해 “한쪽은 내가 가지런히 정리해서 어느 정도 모이면 팔라고 모아놓은 거제. 근디 쓰레기는 내가 한 것이 아니여”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김 할아버지에 따르면 원래 밭이었던 땅에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신은 땅주인이 아니고 세를 내고 살아가는 세입자라며 “주차장을 만든다며 내가 살던 집의 화장실과 보일러실을 포크레인으로 다 뜯어버렸제. 그 때 생긴 쓰레기들을 다 이쪽으로 밀어놓고 나보고 치우라고 하면 어떻게 치우라는겨”라고 주장했다.

또 “쓰레기 더미 밑에 용접기랑 산소통 등 내 물건도 다 깔려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키우는 개들에 대해서는 “처음엔 적적함에 한두 마리 키웠지 저렇게 많지 않았다”며 “자기들끼리 연애해서 새끼를 낳았는데 버리지도 못해 저러고 있다”고 말했다.

풀어놓은 개들이 주민들을 향해 짖거나 위협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나도 살기가 힘들다보니 뭐 꼼꼼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김 할아버지가 가진 것은 중고 오토바이 한대와 매달 나오는 기초노령연금 20만원, 장애연금 5만원이 끝이다. 폐지 줍는 것도 큰돈이 되지 않아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인터뷰 내내 한숨을 쉬며 “좀 있으면 집 주인이 철거를 한다는데 여기서 나가면 나는 죽은 목숨이제, 파리 목숨보다 못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명함을 건네며 연락처를 물어보니 “내가 휴대폰이 어딨겠어”라며 명함을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성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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