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현대重 교섭 장기화에 ‘지역경제 시름’
현대車·현대重 교섭 장기화에 ‘지역경제 시름’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10.22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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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 하부영 노조위원장 “강대강 전략으로 투쟁”
현대重 노조집행부 선거돌입 내달 협상 재개할 듯
조선업 불황으로 울산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위축된 지역 경기가 현대중공업 노사협상 장기화로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인근 현대자동차까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조가 집행부 선거 후 조직정비까지 사실상 마친 만큼 현대차 노사는 선거로 잠시 중단했던 올해 임단협 교섭을 이번 주 중으로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섭재개 전부터 새 집행부의 공격성이 갈수록 선명해지면서 협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실제로 새로 노조를 이끌게 된 하부영 집행부는 출범식과 유인물 등을 통해 공격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먼저 하부영 지부장은 지난 20일 7대 집행부 출범식에서 “조합원들은 올해 임단협이 회사가 주도하는 가운데 노조가 질질 끌려 다닌다고 느끼고 있다”며 “회사가 강하게 나온다면 ‘강대강(强對强)’의 전략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절실한 요구는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며 “자주적 민주노조의 길을 향해 꿋꿋이 나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지부장은 22일 새 집행부 출범에 맞춰 노조가 발간한 유인물에서도 “연내 타결이라는 시간에 쫓겨 졸속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 지부장은 “파업이 필요하면 할 것이고 파업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투쟁전략을 마련해 당당히 돌파하겠다”며 “예년 수준의 임금과 성과금,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철회 등에 집중하고, 이전 집행부에서 의견접근이 된 사안은 실무교섭으로 정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도 그동안 중국발 사드 악재 등으로 사실상 불황기로 접어들면서 회사로서도 노조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심지어 지난 18일에는 강성 성향으로 노조집행부를 이끌었던 이상범 전 노조위원장까지 나서 노조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과 함께 높은 임금 수준에도 해외 공장들에 비해 떨어지는 생산성을 지적하면서 노조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부영 지부장이 선거 과정에서 내건 공약들은 임금 등에서 회사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 지부장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상여금 800% 쟁취(현재 750%) △OT수당 26%에서 30%로 인상 △주간2교대 포인트 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 등의 임금성 공약을 비롯해 △주간연속 2교대제 재검증을 통한 기득권 원상회복 △국민 연금과 연동한 정년연장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교섭중단 전 회사의 제시안은 임금 부문에서 호봉 승급분(정기 승급분+별도 승급분 1호봉=4만2천879원) 지급을 제외한 기본급 인상 불가를 고수하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성토했다.

때문에 자칫하면 노조의 요구와 회사의 명분 사이에서 늪지대가 생겨 현대중공업처럼 장기화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까지 교섭장기화로 빠져들면 지역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 동구 서부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서영환(49·가명)는 “조선업 불황에 현대중공업 교섭 장기화로 이곳 경기는 아직도 바닥이다. 음식점은 물론 노래방 등이 가게를 접는 건 이젠 흔한 풍경”이라며 “이런데다 자동차까지 협상이 장기화돼 돈이 풀리지 않으면 우린 더욱 안 좋아지지 않겠냐”며 한 숨을 내쉬었다.

북구 명촌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지훈(53·가명) 씨도 “이곳 경기는 전적으로 현대차에 좌우된다. 올해는 긴 추석 명절에 아직 현대차 임단협도 타결되지 않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협상이 장기화되면 더욱 힘들 거다. 어서 빨리 타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상장기화로 2년치 협상을 통합해서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은 노조가 집행부 선거에 돌입하면서 다음 달이나 돼야 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현재 강성 2명, 중도합리 2명의 후보들이 후보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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