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前노조위원장, 現노조에 ‘쓴소리’
현대차 前노조위원장, 現노조에 ‘쓴소리’
  • 이상길 기자
  • 승인 2017.10.19 19: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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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씨, 블로그에 해외공장 방문 보고서
“대립일변도 탈피 勞使 모두 변해야 산다”
현대자동차 한 전직 강성 성향 노조위원장이 여전히 대립일변도로 치닫는 노사관계와 관련해 노조 측에 쓴소리를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노조의 지나친 경영권 간섭과 높은 임금수준에도 해외 공장들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점을 지적하며 노조의 변화를 촉구해 적잖은 반향이 예상된다.

쓴소리의 당사자는 이상범(사진) 전 노조위원장으로 그는 1987년 현대차 노조 창립을 주도한 1세대 노동운동가다.

2대 노조위원장(1989~1990년)을 지낼 당시 임금·단체협상 결렬로 21일간의 파업을 주도했고 현대중공업 노조와의 연대투쟁도 처음 실행한 대표적 활동가다.

울산시의원(1998~2000년), 울산 북구청장(2002~2006년·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을 거쳐 퇴직 예정자 교육을 담당하는 문화감성교육팀에 기술주임으로 복귀한 뒤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2015년 2월 다녀온 독일 금속노조와 중국 러시아 체코의 현대차 해외공장 견학 보고서를 자기반성식의 글로 담아 올리면서 노조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 전 위원장은 “러시아 공장 견학 결과 경이적인 품질관리를 통한 높은 생산성과 품질수준은 물론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만족도 등에서 절대강자로 등극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특히 의장라인 가동율 100%, 편성율 90% 이상도 놀라웠다”고 소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노조가 경영권 행사에 사사건건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노조 경영’ 한가지만으로도 신규 투자 시에 국내가 아닌 해외공장을 선호할 이유가 충분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임금 생산성 품질 현지판매 등 중요한 모든 항목에서 해외공장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는다면 어느 경영자가 골치 아픈 국내공장을 더 지으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러시아 공장 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은 자유지만 결성할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노동자들이 젊고, 근무시간에는 유동인원이 거의 없으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장은 “신차 개발을 해서 설비를 다 지어놓고도 소위 맨아워 협상이라고 해서 노조(사업부 대의원회)의 동의를 못 받아서 제때 투입하지 못하는 (국내공장)사례는 경영 측면에서는 치명적”이라며 “인원조정 필요시에 전환배치의 유연성, 한 라인에서 혼류생산에 대해 거부하거나 생산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들도 경영자 입장에서는 해외공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위원장은 특히 “노사 모두가 변해야 미래가 있다.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의 미래는 물론 한국자동차 산업의 미래도 걱정된다”며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 간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몫을 키우는 문제, 즉 생산성과 품질 원가 면에서는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금인상과 성과금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우리 회사 임금수준은 국내외를 통 털어 보더라도 최상위수준”이라며 “임금과 성과금 문제는 노조는 기대치를 좀 낮추고, 회사는 최대한의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지 서로 싸울 쟁점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 한 노사전문가는 “노사 어느 한 쪽 편을 들거나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보다는 상생과 공존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고심에서 나온 소리인 것 같다”고 평했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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