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마을 ‘공장임대’ 현수막의 속사정
옹기마을 ‘공장임대’ 현수막의 속사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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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라고 자랑하던 울주군 온양읍 외고산 옹기마을 입구에 최근 ‘옹기공장 임대’라는 현수막이 나붙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바로 위 현수막에는 ‘1968년 설립’, ‘1978년 창업’이란 글씨와 함께 ‘전국 최대 전통옹기 도매 전시장’이란 글씨도 나란히 적혀 궁금증을 더해준다.

주변에 알려진 공장 이름은 ‘Y옹기 제1공장’이다. 어떤 속사정이 있어 공장을 임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을까? 본지 취재진이 18일 현장으로 달려가 그 까닭을 파고들었다. 취재진에 따르면 이 업체가 ‘공장 임대’ 현수막을 내건 시점은 지난달부터이고, 그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영적자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옹기마을이 지자체의 무괌심 속에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해 간다는 얘기도 된다.

현장을 둘러본 취재진은 “한때는 수많은 옹기장인과 공방으로 붐볐던 옹기마을에 이젠 공방이 여덟 곳만 남아있을 정도로 명맥 유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고했다. “튼튼하고 값싼 플라스틱 용기의 등장, 주거문화의 변화 등 시대적 변화가 주된 요인일 수 있지만, 그보다 경영상의 문제가 이들이 마을을 떠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라는 말도 덧붙였다. 취재진은 특히 Y옹기 측이 ‘공장 임대’ 현수막을 내걸기 전 이미 ‘폐업’ 상태에 들어갔고 현재 ‘경매’에 붙여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력 양성 등 지자체의 옹기문화 보존정책이 절실하지만 아직 겉치레에 그치고 있다”거나 “우리나라 최대 옹기촌의 붕괴는 한국 옹기문화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그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우려도 표시했다.

국내 최대의 옹기마을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지자체 차원의 속 시원한 설명을 아직 들을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깝다. 한때는 울산시가 심혈을 기울여 마을 전체를 새로 단장하고 ‘세계옹기문화엑스포’를 열었고, 그 이후론 울주군이 해마다 군의 명예를 걸고 옹기축제를 열어오고 있는 곳이 외고산 옹기마을이다.

이처럼 유서 깊은 마을을 터줏대감들마저 어떤 이유로 미련 없이 떠나고 있는지, 긴급진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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