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불러들인 UNIST 인사정책
화를 불러들인 UNIST 인사정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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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전국 뉴스를 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빼어난 연구성과 덕분에 나온 굿 뉴스(good news)가 아니라 석연찮은 인사정책 때문에 나온 배드 뉴스(bad news)여서 걱정이다. UNIST 당국, 바꿔 말해 이 학교 총장이 상례를 깨고 ‘행정처장’ 자리에 일반직이 아닌 교수를 앉혔다가 화를 스스로 불러들였다는 말이 나온다. 일반직 직원이 승진해서 올라가는 자리인데 특정 교수를 임용함으로써 일반직의 쪽박을 걷어찬 모양새가 됐다는 얘기다. 그래서 UNIST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UNIST 노조는 다음 주 월요일(23일)부터 ‘행정처장 인사 철회’와 ‘학교 측 사과’를 요구하며 총장실이 있는 본관 6층 복도에서 일주일짜리 농성에 돌입하기로 한 모양이다. 문제가 심상찮아 보이는 것은, 이번 농성에 UNIST 노조위원장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 과기원 노조위원장 3명도 호흡을 같이하기로 한 점이다. UNIST 당국이 쉬운 말로 ‘판을 키워 버린’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들 4명의 노조위원장이 2015년에 출범한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조 특성화대학지부에 소속된 4개 지부의 수장이란 사실이다. 이들 노조위원장들이 ‘민주노총 소속’이란 것은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UNIST 노조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의 강도를 한층 더 높여날 것이라고 벼른다.

노조위원장들은 다음 주부터 UNIST 교수와 직원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학교 정문 앞에서 피켓 시위도 벌이기로 했다고 들린다. 학교 당국과 노조가 그 이전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 사태는 전국 언론매체들의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고, 국회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오르지 말란 법도 없을 것이다. UNIST 총장이 일종의 ‘뉴스메이커’가 되는 셈이다. 사실 UNIST 안팎에서는 이 학교 수장이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란 지적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기도 했다.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란 말은 ‘민주주의적이지 못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농성에 돌입하는 시점이 오는 23일이라면 아직 5일간의 여유가 있다. 이 닷새 동안 학교 당국과 노조는 지혜롭게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만약 학교 당국이 유화작전을 구사하지 않고 강경일변도로 밀어붙인다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바대로 이번 사태의 판을 키운 책임은 학교 당국에 있다. 울산시민들은 대학 당국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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