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 대화방’ 엿보기
‘구민 대화방’ 엿보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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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하루해가 노루꼬리만큼씩 짧아진다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초록 몰학(沒鶴)의 건강한 들녘은 이제 황운(黃雲)으로 변해 금물결이 넘실거린다. 농민의 일손도 쉼 없이 바쁘다. 한 차례 가을비라도 내리면 ‘가을비에 내복 한 벌이 더 든다’는 속담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염소의 습성같이 결코 서로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더위도 가을이라는 이름아래 힘을 못 쓴다. 그동안 철저하게 외면했던 홑이불도 새벽녘 추위에 화들짝 끌어당기는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추위에 민감한 백로 같은 사람은 벌써부터 따뜻한 온돌방이 생각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문득 아랫목 장판이 노릇노릇한 통도사 승방 감로당이 뇌리를 스친다. 방은 미래를 설계하는 신혼방, 따뜻한 온돌방, 도란도란 정담 나누는 사랑방, 공부하는 PC방, 서로 상생하는 대화방 등 다양하다. 그 중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화방만큼 희망찬 장소는 없다. 특히 ‘구민대화방(區民對話房)’은 온기와 인정이 넘치는 정겨운 공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된 용도는 구청장과 구민이 대화를 통해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대화방(對話房)이지만, 의미로 쓰자면 화기애애한 웃음꽃이 만발하는 대화방(對和芳)이다. 이참에 남구청 구민대화방을 엿본다.

청장은 집무실을 들어서면서 항상 ‘울산중심 행복남구’ 브랜드 슬로건을 마주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만큼 잠시 정중하고 엄숙하게 남구 주민의 행복을 위한 다짐을 하게 한다. 집무실과 구민대화방에는 ‘대인춘풍(對人春風)’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순리(順理)’ ‘세계일화(世界一花)’ 등 의미 있는 글귀가 각각 걸려 있다. 늘 구민과 함께하는 구청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대인춘풍’. 문 대통령은 이임하는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채근담에 나오는 글귀 ‘待人春風 持己秋霜’을 인용하면서 참다운 군인이라고 자랑했다. ‘사람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훈훈하게 대하며,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남을 책망하는 사람은 온전한 사귐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은 허물을 고치지 못한다(責人者不全交 自恕者不改過)’는 『경행록(景行錄)』의 가르침과도 서로 통하는 좋은 말이다. 더 나아가 대인춘풍(待人春風)은 대민봉사(對民奉仕)로 실천된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 이 문구의 함축성은 ‘공적인 일을 사적인 일보다 앞서 행한다’는 선공후사(先公後私)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어쩌면 선공후공(先公後公=처음이나 나중이나 모두 공공을 앞세운다)으로 해석하는 것이 앞의 풀이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 번영사거리, 달동사거리, 동서오거리, 야음사거리 등 사거리와 오거리, 태화강 역 앞 교통섬 등 남구지역 횡단보도에는 그늘막이 설치됐다. 파라솔 모양 공공영조물의 이름은 ‘Happy 그늘막’이다. 그늘막은 행인을 위한 오아시스 그늘이다.

‘순리(順理)’는 마땅한 이치나 도리를 말한다. 반대어는 역리(逆理) 혹은 배리(背理)이다.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말도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순리는 ‘좋은 비는 내려야 할 때를 알고 있어 봄이 되면 내려서 만물을 싹트게 한다(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라는 표현보다 더한 비유는 없을 것이다. 순리는 연잎과 물방울의 소수성(疏水性) 관계가 아닌 우유와 물이 만나 자연스럽게 섞이는 친수성(親水性)이다. 구민의 입장으로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이다. 이는 자기에게는 엷게 하며, 타인에게는 두텁게 하는 박기후인(薄己厚人)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리더의 쉼 없는 노력은 대인춘풍(對人春風)과 순리(順理) 등의 글귀에서 엿볼 수 있다. 구민을 맞이하는 리더의 얼굴은 언제나 만면춘풍(滿面春風=얼굴 가득 부드러움이 가득하다)이다. 만면(滿面)에 부드러운 기운과 따뜻한 웃음인 춘풍(春風)이 가득하면 마주 대하는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하게 된다.

만면춘풍에 따라오는 것이 ‘남구에는 언제나 행복 가득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의 남구소성(南區笑聲)이다. 이제 남구는 구민의 끊이지 않는 행복의 웃음소리와 백로와 떼까마귀 등 새들이 철따라 찾아와 노래하는 생거남구(生居南區=삶은 남구에서)의 선택 거주지역인 셈이다.

지난 11일에는 황새가 2년 만에 태화강을 다시 찾았다. 동천과 태화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에서 관찰된 황새는 2015년에 처음으로 관찰된 ‘J0094’ 수컷이다. 이 지역을 이제 ‘황새 두물머리’라고 불러야겠다. 유럽에서는 애기를 점지해 주는 삼신할매로 상징된다. 황새가 찾는‘울산중심 행복남구’, ‘만면춘풍 남구소성’은 우연이 아니다. 구민이 중심이 된 구청장과 함께한 노력의 산물이다. 수용과 포용의 남구. 괜히 남구가 아니다.

김성수 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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