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야생동물
사람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야생동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5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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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적으로 가을철 농작물 수확 시기를 맞아 멧돼지나 고라니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 중구도 예외는 아니다. 농가보단 일반 주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도심에서 웬 야생동물이냐며 다소 의아해 할지도 모르지만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전문적인 농가가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부업삼아 혹은 도심에서 농작물을 경작하는 도시농업이 많이 활성화되고 있어 이제 더 이상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는 농촌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중구에서 농가가 밀집된 성안동과 태화, 다운, 서동 지역에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나 전업농부들로부터 접수된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신고는 지난해와 올해 들어 연평균 50여 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신고는 주로 가을철에 집중되고 있으며 지난 2013년 이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신고 내용을 살펴보면 멧돼지가 작물을 파헤쳐 해코지했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루고, 고라니가 어린 채소를 뜯어먹어 농사를 망쳤다며 울분을 토하는 사례도 많다. 야생동물 입장에서야 면적이 좁은 밭에 여러 종류의 작물이 심겨 있어 이것저것 맛볼 수 있으니 마치 뷔페에 온 듯 느낌일 터다. 반면 농작물을 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고 수확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정성을 쏟아 부은 농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작은 규모의 텃밭이라도 야생동물의 먹이로 주고 싶은 마음은 단 1%도 없을 것이다.

비단 농작물 피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갑자기 뛰어든 멧돼지를 신고하기도 하고 북부순환도로를 가로지르던 멧돼지 가족이 로드 킬을 당하며 운전자의 안전마저 위협한다는 사례의 신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산에서 생활해야 할 야생동물들이 왜 하산까지 하면서 우리의 일상을 침입해 오는 것일까? 결국 야생동물은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멸살의 대상이 되어야만 할까? 쉽게 설명하자면, 야생동물들이 먹고살기 힘든 환경에 처해진 것이다. 이는 인간이 편의를 위해 산을 깎아 개발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산을 찾으며 야생동물의 생활공간에까지 깊숙이 파고들면서 야생동물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살아갈 공간과 먹이가 줄어들면서 야생동물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삶을 침해하는 침입자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 인간 스스로가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그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야생동물도 생명체로서 서식환경을 보호받고, 조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인간이 찾아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구청에서도 행정적 지원을 통해 주민을 보호하고 아울러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다. 6명으로 구성된 ‘농작물 피해 구제 기동포획단’을 가동해 야간에도 신출귀몰하는 멧돼지의 포획을 위해 활동하고 있고,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피해 조수를 구제할 수 있도록 포획 허가증도 발급해 주고 있다. 또한 농작물의 종류와 피해 면적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지원하는 피해보상금 지급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울산광역시 차원에서도 야생동물 구조센터를 운영해 많은 수의 부상 조수를 구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야생동물의 무조건적인 포획은 막고 어떠한 형태로든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넘어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에서 야생동물의 먹이를 무분별하게 채집하지 않도록 하고 서식환경을 고려한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나락을 쪼아 먹는 참새를 몰살시켰더니 해충이 창궐해 오히려 흉년이 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생태환경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식량 대부분은 농업식물에서 얻어지고, 의약품의 46% 이상은 동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이 주성분을 이룬다. 야생동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하나의 종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넘어 인간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이 발전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야생동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할 가을철이다.

김학영 중구청 환경위생과 환경관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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