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새 노조집행부에 바란다
현대차 새 노조집행부에 바란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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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을 둘러싼 8월 위기설이 지나자 이번에는 10월 위기설이 확산되는 등 자동차업계의 불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올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판매실적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한국은 세계 8대 자동차 생산국 중 최근 2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처지에 놓였다.

자동차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미국과 중국에서의 고전, 수입차와 중국차의 약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열세는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보복과 한국 차의 반값 수준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차의 기세에 눌려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현대기아차의 중국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44.7%나 감소했다. 게다가 미국 JD파워 신차 품질조사에서 중국차의 품질수준이 일취월장하면서 가성비로 승부해온 한국 차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도 픽업과 SUV 차종의 열세와 함께 도요타 등 일본차와의 사양 경쟁에서도 밀려나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설상가상 한미 FTA 재협상 때문에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울 것으로 분석된다. 내수시장으로 눈을 돌려도 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디젤게이트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수입차의 약진은 계속돼 지난달에 벌써 점유율 15%를 달성했다. 지난달 현대차 내수판매가 전년 9월대비 43.7%, 전월 대비 9.4% 올랐다고는 하나 신차효과와 지난해 파업손실에 따른 반짝 상승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에 임금협상 파업을 13차례(특근거부 3차례 포함) 벌여 총 6만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9월의 판매가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착시현상을 보인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업계가 심화되는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생산성과 품질수준 향상은 물론이고 연구개발부문의 강화, 시대조류에 전혀 동화되지 않는 노사관계의 개선이 그것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 자동차업계가 연구개발 비용으로 49조원을 쏟아 붓는 동안 한국자동차는 고작 8조원을 투자하는 열악한 실정으로는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없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2.5%에 그치고 있는 현대차가 폴크스바겐(6.3%)이나 BMW(5. 5%) 등 선진업체와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으로 비쳐진다.

현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완성차업계는 인건비 부담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과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때문에 자동차업계의 경영구조는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현대차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5%로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상태이다.

노조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를 제대로 인식하고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임금 등 조합원 기득권 확보에만 집중한 그 동안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다면 궁극적으로 조합원 고용안정에도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회사 실적은 해마다 악화되는 데도 불구하고 고통분담에는 인색하다면 우군은 고사하고 내부의 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새로 구성된 현대차 노조집행부는 우선적으로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올해 임단협 교섭을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조합원 기득권을 위해서만 노조의 힘을 발휘했다면 이제는 위기극복에도 그 힘을 보여줄 것을 새 집행부에게 기대한다. 현대차노조에 대한 여론의 반감 정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악화돼 있음을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집행부가 여론의 비난을 잠재우고 노조창립 이후 가장 이상적인 노조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도록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 주길 바란다.

이주복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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