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에 휩싸인 신고리5·6호기
백가쟁명에 휩싸인 신고리5·6호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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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되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합숙 종합토론회를 앞두고 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찬반 양측의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여론전이 원자로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론전의 치열함은 정치권이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가운데 그 틈새를 주민·환경단체와 대학생들이 비집고 끼어드는 모양새다. 더욱이 막판 여론전에는 그동안 말을 아껴오던 울산시마저 가세함으로써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찬반 양측은 저마다 그럴싸한 명분을 들고 나와 기선제압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치적·직업적 이해관계가 뒤엉킨 경우도 적지 않아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한다. 또 찬반 양측은 서로 공론화위의 공정성에 불만을 드러내며 팽팽한 기 싸움에 뛰어들기도 한다.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를 보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엄청난 국론분열의 후폭풍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중재자를 자임하는 사회지도층 인사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 안타까움이 더하다.

공론화위의 ‘울산지역 순회토론회’가 열린 11일, 서울공대 학생회가 ‘탈(脫)원전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관련 산업과 학문을 위협하고, 추진과정에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배제함으로써 원자력산업을 고사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대변인단 기자회견’을 통해 “신고리 5·6호기는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가장 안전한 원전”이라며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을 비판했다. 하루 앞선 10일 자유한국당 이채익 국회의원은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많은 국민들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종합토론회의 공정한 진행’을 요구했다. 울주군수 출마 결심을 굳힌 같은 당 윤시철 울산시의회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와 울주군민의 생존문제가 걸린 신고리 5·6호기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그 반대 움직임도 만만찮았다. 탈핵(脫核) 요구 시민들(‘핵발전소로부터 안전한 울산을 바라는 여성·학부모’)은 11일 오전 울산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울산은 반경 30㎞ 이내에 원전 14기가 들어선 세계최대의 원전 밀집지역인데다 활성단층으로 인한 지진 위험성도 아주 높다”며 ‘핵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했다. 뒤이어 ‘서울환경운동연합 자전거원정대’도 원전 건설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을 위해 지방주민을 희생시키는 비상식적 전력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에 대한 실망감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비슷한 시각 새민중정당 김종훈·윤종오 국회의원은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공론화위에 ‘공정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증거자료를 내보이며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공기업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찬성 측 대표로 공론화위 활동을, 한수원 간부는 건설 찬성 측 대표단으로 소통협의회 활동을 해 왔다고 비난하며 ‘현명한 결정’을 시민참여단에 당부했다.

한편 울산시는 11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한 입장 발표 자료를 처음으로 내고 “원전 안정성 여부를 시민참여단을 통해 결정하는 현재의 공론화 방식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는 또 “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지역경제에 미치는 타격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해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한다”면서도 “신규 원전의 추가확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로 정부의 심기를 지나치게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울주군민들의 정서를 전하려 애쓰는 모습을 내비쳤다. 이와는 달리 강정민 미국 자연자원방어위원회 선임연구위원은 <국가안보 첫발은 ‘탈원전’>이란 10일자 경향신문 기고문을 통해 “원전은 국가안보에 있어서 급소다. 과거 북한이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 관련 배경 사진에서 보여주었듯이 남한 내의 원전들은 북한 미사일의 타깃이다. 국내의 원전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공론화위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결정을 사실상 공론화위원회로 넘겼다. 13일부터 2박3일간 합숙 종합토론회를 여는 공론화위는 토론회 첫날인 13일과 15일 3차 조사와 4차(최종)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일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국론분열 대신 국론통합을 원한다면 정해진 수순을 좇아 순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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