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박사의‘同心同行]“나에겐 사고 일어나지 않아”, 낙관의 오류
[이동구박사의‘同心同行]“나에겐 사고 일어나지 않아”, 낙관의 오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7.10.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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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진도 5.8의 강진이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이면에는 개인의 방심으로 인한 안전수칙 미준수가 항상 자리잡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단속과 규제 보완뿐만 아니라 개인의 의식 변화가 필수적이란 방증이다.

하루가 다르게 눈부신 속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다가서면서 이젠 스마트폰 없이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옆의 친구와 대화를 나누기보다 폰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신호등 앞에서도 심지어 걸어가는 동안에도 폰에 푹 빠져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위태위태하기 그지없다.

독자들은 이런 경험이 없는지 한번 반추해보자. 차에서 내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시선은 폰에 고정돼 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남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듯 오른쪽 다리를 움직였다. 곁눈으로 이를 느낀 나도 횡단보도로 발을 내디뎠다가 혼비백산했다. 승용차 한 대가 자신을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고, 신호등은 여전히 빨간불이었기 때문이다. 신호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 보니 남성 다리의 움직임을 보행 움직임으로 착각한 것이다. 보행 시 폰에 집중하게 되면 주변 인지 능력이 저하되어 위급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상실되기 마련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된 신호등을 무시한 것은 주위 소홀이며 언제든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일상생활에서 시민 안전의식이 결여된 단적인 예는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손잡이를 얼마나 잡고 있느냐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균형을 잡는 데 문제가 없는 데다 위생상 깨끗하지 않아 보여 손잡이를 잡지 않는다. 더군다나 더 위험한 것은 내가 탈 동안에는 사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통제력 착각’과 ‘편향된 낙관’에 빠진 것이다. 자신의 몸이 스스로 반응해 돌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과 공공시설물에서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안전의식을 둔화시킨 것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와 승강기 등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88건으로 이 중 4분의 3이 이용자 과실이다.

(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에 대해 일반 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이 생각하는 국민의 안전의식 점수는 100점 만점에 51.74점(평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체계적인 안전교육의 부재로 인해 개인의 확고한 안전의식이 형성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또한 언론을 통해 대형사고 소식을 꾸준히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안전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안전보다 경제발전이 우선시되는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다. 빠르게 일 처리를 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보니 안전을 챙길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법규를 위반해도 당국의 느슨한 단속 및 솜방망이 처벌이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드물게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대한민국은 이제 안전 선진화라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앞에 놓고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잠시뿐, 아직도 위험에 대한 인식이 선제적 예방활동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반복적인 안전의식 고취 교육과 제도적 보완을 통해 안전수칙 준수를 습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의 안전의식이 모여야 사회공동체의 안전도 보장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고 발생 때마다 정부나 사회 탓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하나하나의 안전불감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지는 않는지 객관적인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 “나만이라도”로 바뀌는 안전의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안전의 주체는 우리 개개인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절실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산업고도화센터장/열린교육학부모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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